화폐 돋보기 ⑦ 이탈리아 1000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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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탈리아에서 1990년 발행한 1000리라권 주인공은 아동교육의 대모 마리아 몬테소리 여사다. 앞면(左)에는 그의 초상화가, 뒷면엔 아이들 모습이 들어갔다.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제공]

 ‘몬테소리’, 아이 엄마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이 네 글자를 치면 수많은 ‘몬테소리’들이 나타난다. ‘몬테소리 유치원’ ‘몬테소리 교구’ ‘몬테소리 교재’ 등. 유아교육의 바이블처럼 따라붙는 몬테소리의 정체는 이탈리아가 낳은 위대한 여성 마리아 몬테소리(Maria Montessori·1870~1952)다. 그는 이탈리아 최초의 여의사이자 아동교육가로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유치원 ‘어린이의 집(Casa dei Bambini)’을 열어, 이른바 몬테소리 교육법을 도입했다.

몬테소리가 처음부터 아동교육자로 나선 건 아니었다. 정신병원 의사로 근무하면서 만난 정신지체아들이 적절한 교육을 통해 나아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교육법을 개발하게 됐다. 그는 어린이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들의 신체 및 정신 발달과 개성을 북돋는 자유스러운 교육을 역설했다. 이같은 교육법을 설파한 저서가 전세계에 번역돼 나가면서 세계 각지에 그의 이론을 추종하는 기관이 설립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1990년 발행한 1000리라 지폐 주인공을 몬테소리 여사와 그가 사랑했던 어린이들로 정해 그 업적을 기렸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몬테소리 이름을 딴 교구에 묻혀 자라난다. 그의 본뜻과 달리 너나 할 것 없이 영재가 되길 강요받는다. 이런 우리 아이들을 본다면 몬테소리 여사는 뭐라고 할까.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교재와 교육이론이 아니라 상처입은 마음을 보듬어 줄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라고 일침을 놓지 않았을까.

백남주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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