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별 K-리그 다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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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잊혀진 별들이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왔다. 이동국(30)·최태욱(28·이상 전북 현대)과 이천수(28·전남 드래곤즈)가 그 주인공이다. 혹독한 시련은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2008년 12월 이동국=지난겨울 전북은 일본 J리그로 되돌아간 조재진의 공백을 메우려 이동국을 영입했다. 축구인들은 “최강희 감독이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수군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하고 지난해 여름 성남으로 유턴한 이동국은 13경기에서 겨우 2골을 넣었다. 그중 1개는 페널티킥이었다. 4위로 시즌을 마친 김학범 감독은 경질됐다.

◆2008년 4월 최태욱=최태욱은 은퇴를 고민했다. 고교 때까지 잉글랜드의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에 비교됐던 한국 최고의 유망주였지만 K-리그에서는 별 볼일 없었다. 안양-인천-포항을 거쳐 전북에 왔지만 또 벤치로 밀렸다. 빠른 발에만 의존한 최태욱 축구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3월 이천수=수원에서 쫓겨나듯 내몰려 전남 유니폼을 입고 첫선을 보인 3월 7일 서울전에서 이천수는 심판에게 손가락 욕설을 해 6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다. 페어플레이 기수로 나서는 치욕도 당했다.

◆꽃피는 봄 부활의 노래=지난달 3일 최태욱이 성남전에서 올 시즌 첫 번째 해트트릭을 올린 데 이어 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이동국이 3골을 작렬했다. 두 선수의 활약 덕분에 전북은 5승2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광주 상무를 밀어내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누가 뭐래도 전북 공격의 주축은 이동국”이라는 최강희 감독의 느긋한 기다림이 잠자고 있던 ‘라이언 킹’의 킬러 본능을 되살렸다. 2003년 이후 6년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동국은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태욱은 최강희 감독의 채찍을 맞고 정신을 차렸다. 최 감독은 “그런 태도로는 발붙일 곳 없다”며 지난해 그를 2군으로 내몰았다. ‘공격수가 어떻게 수비도 잘하나’고 생각했던 최태욱이 수비부터 하는 선수로 바뀌었다. 출전 시간이 늘어나자 공격도 살아났다.

잇따른 스캔들과 구설수 속에서도 이천수의 재능은 녹슬지 않았다. 이천수의 징계 기간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전남이 2연승을 거두며 최하위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천수는 수원과의 복귀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2-0으로 승리한 2일 경남전 두 골도 모두 이천수의 매서운 프리킥이 시발점이었다. 10억원에 육박하는 고액 연봉자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몸값이 깎였지만 전보다 더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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