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희 기자의 의료 현장 ④건국대병원 정형외과 박진영 교수의 어깨 관절경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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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360도로 자유로운 회전이 가능한 어깨 관절. 물건을 들고 옮길 때는 물론 머리 빗기, 양말 신기 등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관절이다. 이처럼 많이 쓰다 보니 손상도 잦다. 어깨가 고장 나면 팔을 드는 일조차 불가능해져 일상생활이 무척 불편해진다.

1 수술 전, 박진영 교수(右)가 배기춘 환자에게 수술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 어깨 관절 내시경 수술에 사용된 기구들. 3 박교수(오른쪽에서 셋째)가 양손에 기구를 들고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당구장을 운영하면서 틈 날 때마다 낚시에 푹 빠져 살던 배기춘(67)씨는 2년 전부터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 낚시터에서 돌아온 날은 어김없이 어깨가 아팠지만 처음 몇 달은 참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러다 영영 어깨를 못 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겨 동네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담당 의사는 “어깨 관절이 상했다” 며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처방했다. 약을 먹자 이번엔 심한 속쓰림이 찾아와 복용을 포기했다. 이후 몇 달에 한 번씩 관절에 직접 주사를 맞으면서 통증을 해결했다. “주사를 맞으면 한 달은 괜찮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통증이 재발하는 거예요. 그러면 한동안 버티다 정 못 견딜 상황이 되면 또다시 관절 주사를 맞곤 했어요.” 그는 올해 1월, 아무래도 정밀 검사가 필요할 것 같아 어깨 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찍었다. 사진을 본 의사는 “주사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며 수술만이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배씨는 담당 의사의 권유로 지난 2월 6일 건국대 정형외과 박진영 교수 외래를 방문했다. 박 교수는 배씨를 진찰하고 MRI 사진을 검토한 뒤 “오른쪽 어깨뼈가 아래로 휘어 있어 팔을 들 때마다 회전근개를 짓눌렀고, 지금은 아예 힘줄이 끊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회전근개란 어깨를 안에서 싸고 있는 4개의 근육이 모인 인대로 어깨를 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배씨의 경우 이곳이 파열된 견관절 충돌증후군인데 가장 흔한 어깨 질환이다.

4월 1일, 다음 날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그는 “입원한 심정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수술을 받으면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걱정보다는 오히려 약간은 들뜬 모습이다.

얼마 후 병실 회진을 온 박 교수는 “수술은 잘될 겁니다. 문제는 수술 후 관리예요. 수술받은 오후부터 수동적인(가벼운) 재활치료가 시작돼요. 처음 6주간은 도르레를 이용해서, 이후 두 달간은 어깨에 힘이 안 가고 팔만 움직이는 훈련이에요. 무리하게 하다간 재발하니 조심하세요”라며 당부한다. 이어 박 교수는 “얼마 전 30년간 어깨를 못 움직이던 환자가 관절경 수술 후 팔을 움직이게 되자 일찍부터 무리하게 운동을 했어요. 힘줄이 채 아물기도 전이라 다시 터졌답니다”라며 다시 한번 주의를 환기시킨다.

다음 날 오전 10시, 링거 수액을 매단 배씨가 수술장에 들어오자 의료진은 재빨리 팔·다리·가슴 등에 심전도를 비롯한 각종 모니터 장치를 부착한다. 혈압·맥박·호흡상태·체온 등을 확인한 마취과 의사는 마취를 시작했다. 어깨 관절은 관절 부위를 넓힌 상태에서 수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임의가 환자의 팔에 보조기를 부착한 채 앞으로 당기더니 추를 매달았다. 수술 준비는 끝이다.

박 교수가 배씨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어깨 앞·뒤·옆 등 세 곳에 5㎜ 정도의 구멍을 뚫더니 관절경 카메라와 관을 삽입했다. 박 교수 주위엔 전임의·전공의·간호사 2명이 수술을 보조한다. 카메라를 통해 수술 상황이 실시간 촬영되고 모니터에서 확인 된다.

관절경을 보면서 “수술 전에 본 MRI 소견 그대로네”라고 말한 박 교수는 뭔가를 집으면서 “이게 바로 끊어진 힘줄”이라고 주위 의사들에게 설명한다. 맨 처음 시술은 절삭기로 튀어나온 뼈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이후 심을 넣고 실이 달린 기구를 뼈에 삽입하더니 찢어진 인대를 당겨서 원래 위치에 고정시킨 후 심을 박았다.

“인대는 다치지 않게 이렇게 움직이고….” “심을 박을 땐 위치가 올바른지 확인하고….” 시술하는 손과 더불어 마스크를 쓴 박 교수의 입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박 교수가 입장한 지 40분 만에 본 수술은 끝났다. 관절에 삽입된 기구를 제거하고 절개된 구멍을 봉합한 뒤 환자에게 필요한 보조기를 씌우는 일은 남은 의료진 몫이다. 회복실을 거쳐 병실로 올라온 배씨는 저녁부터 재활운동을 시작했고, 4월 6일에 퇴원했다. 4월 15일 외래 검진을 온 배씨는 “시키는 대로 재활운동을 잘하고 있다”며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강정현 기자

어깨 질환 예방하려면
하루 네 차례 어깨 으쓱으쓱 20~30번씩 해보세요

‘손이 등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밤에 어깨가 아파 자다가 깬다’ ‘손을 어깨 위로 들면 통증이 악화된다…’. 배씨처럼 회전근개가 파열되면서 초래된 ‘어깨관절 충돌증후군’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충돌증후군은 어깨를 돌리는 근육(회전근개 등)이 노화로 약해지거나 다쳤을 때, 또 어깨뼈 모양이 휘어져 지속적으로 회전근개가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팔을 어깨 위로 70~130도 들면 장작불 탈 때처럼 ‘툭툭’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유발된다. 통증은 팔을 완전히 위로 올리면 오히려 줄어든다. 병 초기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과 물리치료, 어깨 근육 운동치료로 80~90% 좋아진다. 단 이때 어깨 운동은 어깨 근육에 힘을 줬다 풀었다 하는 정도라야 한다. 아령 등을 사용한 근력 운동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

만일 이런 치료를 석 달 이상 해도 좋아지지 않을 땐 배씨처럼 관절경으로 다친 근육과 뼈 모양을 바로잡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 밖에도 중년 이후엔 오십견으로 알려진 동결견 환자도 적지 않다.

어깨 질환은 젊었을 때부터 어깨 운동과 스트레칭을 생활화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어깨 근육에 힘을 준 채 ‘으쓱’ 올렸다 내리기를 아침·점심·저녁·자기 전 등 네 차례 해보자. 한번 할 때마다 으쓱거림은 20~30번 정도 한다. 동시에 가슴을 쫙 펴는 동작도 동일한 횟수로 반복한다.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 된 사람은 어깨 주변 스트레칭을 아침·저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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