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정지용 '향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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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 정지용 '향수'

어디 이만큼 고향에의 그리움을 유구하게, 그리고 절절하게 그려놓은 시가 있을까. 가위 이것은 국민시다.

고향은 그 고향을 떠난 사람에게는 반드시 노래가 된다.

예부터 시인은 고향을 노래하는 일을 사명으로 삼아왔다.

모든 사람들에게 고향이란 종교 이전의 종교다.

그런데 현대는 고향을 잃어버린 시대라고 실존철학자는 말한다.

그래서 설날이면 그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가는 행렬이 긴 것인가.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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