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국민과의 TV대화]어떻게준비했나…하루전부터 안가서 답변구상 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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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당선자측은 '국민과의 TV 대화' 를 경제위난 극복의 국민적 이벤트로 만들려고 고심했다.

무엇보다 金당선자의 '여는 말' 과 '닫는 말' , 그리고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놓고 고심했다.

정리해고 문제를 놓고 참모진 사이에서 막판까지 의견이 엇갈렸다.

참모진 일부에선 "대기업 부분과 정리해고에 명확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리해고라는 말을 못박아 집어 넣을 필요는 없다" 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날 오후2시쯤 "실업자가 더 늘어나고 부도기업이 더 많이 생겨날 것" 이라는 표현 정도로 정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오후7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직전에 "정리해고를 수용해야한다" 는 직선적인 당부를 넣어 '닫는 말' 일부가 바뀌었다.

이번 기회에 어려운 실상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었다.

金당선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했다고 한다.

'대화' 전날 오후부터 金당선자는 별도의 일정없이 서울삼청동 안가에 머물러 하나 하나씩 챙겼다.

金당선자는 1만5천여건 질문을 분류한 내용을 보고받은 뒤 일부 질문을 메모해가며 세심하게 답변내용을 구상했다.

참모들은 金당선자를 어렵게할 돌출 발언이 나올 것에도 대비했다.

KBS가 접수한 질문중 70%가 경제에 관한 것. 이 중에 '외환위기가 언제쯤 극복되느냐' 'IMF시대가 언제 끝날 것이냐' 가 가장 많았고 경제파탄 책임규명 여부, 실업대책과 대기업그룹 개혁에 관한 당선자의 의중도 알고 싶어 했다.

방송사측도 많은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머리를 짰다.

당선자와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2백여명의 시민이 둘러앉아 대화하는 '타운 홀 미팅' 형식을 도입했다.

6백여명의 방청객도 질문과정에 참여하게 했다.

방청객은 사회조사방법론에 따른 표본 추출 비율에 따라 남녀노소.각계각층이 적정 숫자로 배치됐다.

중계차로 전국의 시민을 연결, 당선자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도 마련했고 컴퓨터통신.전화.팩시밀리를 통한 질문도 포함했다.

패널리스트들의 질문은 미리 받은 국민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국민을 대신한 질문형태가 되게끔 한 것이다.

이상일·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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