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교사·통역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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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한내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 및 점심 시간 영어 체험 도우미를 하고 있는 엄마들. 외국인에게 한국문화재를 소개하는 유정희씨(맨 오른쪽).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명예교사·통역봉사…
친구 엄마가 영어실력을 뽐냈어요!

 요즘은 아이도 잘 키우고 능력도 좋고 마음까지 착한 ‘내 친구 엄마(내친엄)’가 대세다. 아이를 키우며 영어공부도 하고 자원봉사까지 하는 똑 소리 나는 내친엄들을 만나봤다.
 
영어 명예교사 활동하는 엄마들
 “노란색은 yellow, 남색은 뭐죠?” “네이비(navy)요.” 빨간 색 앞치마를 두르고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영어단어를 설명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박찬혁(10·한내초4)군의 어머니 최미영(41)씨와 설제니퍼(7·한내초1)양의 어머니 오정은(43)씨. 전문교사 못지않게 영어를 재미있고 쉽게 가르쳐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짱 선생님’으로 통한다.
 
한내초등학교는 영어노출 시간을 늘리고 즐겁고 신나는 영어수업을 위해 작년부터 어머니 명예교사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영어 재량수업에 교사와 함께 액티비티(activity)를 활용한 영어수업을 하거나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생활영어 문장을 외우는 것을 돕는다. 조춘호 교장은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지도해 교육 효과가 매우 크다”며 “학부모들의 호응도 좋아 올해는 56명이나 지원했다”고 귀띔했다.
 
학교에서는 엄마들이 미리 수업준비를 할수 있게 인터넷 사이트에 수업자료를 올려준다. 명예교사 회장인 김현화(35)씨는 “외국에서 살다 오지도 않았고 영어전공도 아니라 처음에는 막막하고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며 “EBS채널을 보면서 영어공부를 따로 하고 수업자료를 반복해서 읽으며 암기 연습을 한 것이 효과가 컸다”고 털어놨다.
 
어머니 명예교사 활동은 영어교육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꾸준히 수업하다 보니 난이도와 유용한 교육정보를 알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김씨는 “아들 준혁이에게 학년별 필수암기단어를 외우게 하고 제니퍼 엄마가 일러준 대로 네이티브 억양을 최대한 살려서 발음하도록 가르쳤더니 영어에 자신감도 생기고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흐뭇해했다. 최씨도 “아들과 함께 영어공부를 하거나 일상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찬혁이도 친구들이 ‘엄마가 영어 잘해서 좋겠다’며 부러워한다며 좋아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 역시 자상한 엄마 선생님들을 잘 따른다. 윤도훈(10·한내초4)군은 “엄마 선생님들은 친절하고 영어동요 같은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가르쳐준다”며 웃었다.
 
영어로 우리 문화 알리는 자원봉사
 초등학교 6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을 둔 유정희(42)씨는 국제문화교류진흥재단에서 영어통역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고궁으로 안내하거나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것. 그는 외국인과 만나는 자리에 아이들을 데려가 영어대화를 나누게 하고 외국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끔한다. 덕분에 두 아이는 영어는 물론 외국문화에 두려이 없다. “제가 자원 봉사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동기죠. 잔소리하지 않아도 영어는 물론 역사공부까지 알아서 잘 해요.”
 
전현순(40)씨도 마찬가지. ‘서울 알림이 가정’에 선발돼 우리문화 알리기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 아들 현재와 평소에도 영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영어를 자주 사용하면 외국인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에게 실용회화 표현이나 유용한 단어들을 많이 알려주고 있다. “얼마 전 현재가 지하철역에서 길을 묻는 외국인을 만났는데 막힘없이 영어로 안내를 해주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어요.”
 
서울 알림이 교육을 받고 올해부터 국제문화교류진흥재단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유은정(40)씨는 7살 난 아들에게 영어로 우리나라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읽어준다. 영어를 전공해 통역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는 “영어회화를 잘하는 것과 문화재나 전통예절을 영어로 잘 설명하는 것은 별개”라며“우리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부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역봉사활동은 영어전공자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경실(43)씨는 지난해 1년 동안 공부해 영어통역가이드 자격증을 땄다. 물론처음에는 단어도 잘 외워지지 않고 막막했지만 수십 번씩 듣고 따라 읽으며 노력한 끝에 자격증을 따는데 성공했다. 그는 “얼마 전 하버드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민속박물관 안내를 담당했는데 이들도 평범한 사람이더라”며 “영어에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통역봉사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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