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연극 놀이로 장애아들 치료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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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장애가 있는 성준이는 마임 실력이 전문가 수준이에요. 정서 장애가 있는 동현이는 변신의 귀재고요. 자기가 아닌 다른 무엇이 돼 보는 걸 너무 즐거워하죠."

6일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아트홀에서 신체.정서 장애아 50여명이 출연하는 연극 축제 '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는 박미리(47) 용인대 연극학과 교수는 흥겨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이들이 이날만큼은 무대 위에서 해님공주도, 청개구리 형제도, 마법나무도 돼 보면서 자신의 장애를 잊습니다."

박 교수가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연극을 가르치기 시작한 건 2002년 5월. 장애인복지법인 '우주'에서 연극제 출전 준비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다. 제자들과 함께 일반 초.중.고교에 연극교육을 하러 다녔던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장애아들에겐 연극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치료'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 이후 박 교수는 특수학교인 서광.육영학교를 매주 방문해 본격적인 연극치료에 나섰다.

"참 신기하죠? 남과 어울리는 걸 싫어했던 자폐아가 연극을 배우기 시작한 뒤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에게 말을 건대요. 제멋대로 날뛰기만 하던 아이가 다른 친구를 도울 줄도 알게 됐고요. 연극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를 보며 알게 모르게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박 교수는 "그간 6개월마다 연습한 걸 확인하는 작은 발표회를 열어왔다"며 "하지만 이번에 정식으로 극장에서 무대 의상을 입고 연기해보는 체험은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반 관객이 보면 '저건 연극도 아니다'고 할지 모르죠. 하지만 줄을 맞추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린 장애아들이 무대에 서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감동 그 자체입니다."

이화여대 불문과 출신으로 2000년부터 용인대에서 연극이론을 가르쳐온 그는 연극치료를 제대로 해보고자 지난해 8월 제자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JT연극치료연구소를 세워 운영 중이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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