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파견제 도입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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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부가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추진키로 한 근로자파견제는 정리해고제와 함께 노.정 (勞.政) 갈등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고용 불안을 이유로 노동계가 근로자파견제 도입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파견제란 인력용역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이 필요에 따라 다른 사업장에 파견돼 근무하고 임금은 소속업체로부터 받는 제도. 이미 93년에 노동부가 근로자파견법을 국회에 제출했다가 노동계의 심한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아직 입법화가 안된 상황에서도 97년 현재 파견업체 수가 3천5백73개, 파견근로자 수는 약 22만5천명 (전체 임금근로자의 1.7%)에 달해 92년에 비해 8배나 증가할 정도로 근로자파견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파견근로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임금체불.산업재해 및 기타 사회보장서비스 등 근로자로서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 파견사업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법취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재계 역시 근로자파견제 시행에 찬성하고 있다.

파견사업의 활성화로 30만명 가량의 실직자 구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파견근로제의 확산이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저해하고 파견업체의 중간 착취를 막을 수 없다" 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파견근로자의 근무시간이 정규직보다 오히려 3시간 많은 주당 50시간에 달하는 반면 월평균 급여는 정규직보다 41만원 적은 1백11만원에 그칠 정도로 임금.근로조건이 열악하다.

하지만 일본.독일.프랑스 등 대부분 선진국가의 경우 오래전부터 입법화를 통해 근로자파견제를 실시하고 있고 우리의 경우도 시대 변화에 따라 비정규 근로자 활용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노동자들의 반발과 희생을 최대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한국노동연구원 정인수 (鄭寅樹) 연구위원은 "파견근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상 임금.근로시간.복지혜택.고용의 중도해지에 대한 규정을 명시해 근로자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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