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에선 장기투자펀드가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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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 4월 이후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3년 이상 자금을 운용 중인 장기펀드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5일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펀드 운용 기간 3년 이상의 트랙 레코드(투자기록)를 보유한 펀드들이 약세장에서도 종합주가지수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일 현재 운용사별 펀드 운용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고 운용 기간이 3년을 초과한 펀드를 대상으로 했다.

운용사별로는 미국계 SEI에셋자산운용이 최근 3년간 누적수익률이 114.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08.8%로 2위를 차지했다.

펀드 평균수익률은 51%로 최근 3년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32%)을 웃돌았다. SEI에셋 곽태선 사장은 "위험 관리를 위해 편입종목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기업을 현금 흐름 위주로 분석한 것이 약세장에서의 수익률 유지 비결"이라며 "탄탄한 조사를 토대로 한번 산 종목은 시장 등락에 따라 쉽게 바꾸지 않은 것도 하락 위험을 줄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상승 장세에 강한 펀드들은 하락 장세에선 수익률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올 초 조사한 지난해 상반기 실적에서 1위를 차지한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3위로 밀려났다. 올 상반기 2위를 기록한 미래에셋은 지난해 하반기 실적에서도 2위를 기록함에 따라 안정성 측면에서는 가장 우수한 펀드로 나타났다.

제로인 이재순 펀드평가팀장은 "펀드를 장기간 가입하면 중간에 약세장을 만나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서 "주가가 낮을 때 가입을 시작하고 분산투자 효과가 큰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면 효과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운용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펀드(447개) 중에는 미래인디펜던스주식형1이 최근 3년간 114.6%의 수익률을 기록해 지난해 하반기 실적에서 1위를 차지했던 템플턴그로스주식5(109%)를 제치고 최고 자리를 차지했다.

미래에셋 구재상 사장은 "올 상반기엔 실적이 나빠졌지만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하반기에 수익률을 회복하면 연중으로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하락 장세에 대비해 정보기술(IT) 업종의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인터넷.자동차.석유화학.내수업종 등의 비중을 늘렸다고 밝혔다.

이들 장기투자 펀드는 최근 2년과 1년간의 투자수익률도 종합주가지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년간 평균 수익률은 15.6%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5.8%보다 세배가량 앞섰고,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종합주가지수(17.2%)를 조금 앞선 18.2%로 나타났다. 우량 종목을 오랫동안 투자하는 안정적 운용에 힘입어 올 상반기 하락 장세에도 단기 투자 펀드보다는 안정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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