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수영상제작실, 컴퓨터로 공룡 복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주둥이가 오리 같은 초식공룡 무리가 중생대의 숲속을 배회한다.

갑자기 육식공룡의 포효가 터지고 초식공룡들이 일제히 도망친다.

그중 한 마리를 덮쳐 목을 물어뜯는 육식공룡…. 영화 '주라기 공원' 얘기가 아니다.

11일 밤8시 방영된 KBS1 다큐멘터리 '한반도 탄생 30억년의 비밀' 제2부 '공룡들의 천국' 의 한 장면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6천만년 전 멸종된 공룡들이 14분40초동안 살아 움직였다.

KBS자체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 의해서다.

공룡을 만들어낸 곳은 KBS 특수영상제작실. 다큐멘터리 '10대 문화유산 시리즈' '황룡사' 편에서 불타버린 황룡사의 모습을 컴퓨터로 되살리고 '황남대총' 편에서는 가상현실 기법을 이용해 진행자가 무덤 속을 거닐며 유물 출토 상황을 설명하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공룡이 움직이는 것 같이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대상이 활동하게 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기법의 본격적인 데뷔 무대는 '공룡…' 이었다.

첫 무대지만 제작을 지휘한 특수영상제작실 홍보선 (38) 팀장은 “시간과 비용만 충분하다면 '쥬라기 공원' 3탄도 만들 자신이 생겼다” 고 말한다.

공룡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작업은 지난해 7월 모형만들기에서 시작됐다.

만들어낼 공룡은 우리 나라에서 화석이 발견된 목긴 공룡.육식공룡.초식공룡과 날아다니는 익룡의 4가지. 이들 공룡은 발자국만 발견되거나 뼈가 있다고 해도 치아 한두개등 극히 일부만 발굴됐다.

때문에 아직 학계에서 공인된 이름도 없어 그저 '목긴 공룡' 식으로 부르게 됐다.

30㎝ 크기의 모형은 '공룡…' 의 진행자이자 고생물학 전문가인 연세대지구시스템과학과 이융남 박사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이를 토대로 공룡의 기본 모습과 움직이는 장면을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과정이 뒤따랐다.

숲속.호숫가.황야 등의 배경은 미니어처로 만들어졌다.

특수 카메라를 이용해 일단 배경만을 찍은 뒤 컴퓨터에서 그래픽 공룡과 합성해 낸 것. 이런 작업들을 통해 중생대의 한반도에서 공룡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탄생됐다.

이번 다큐멘터리가 캐릭터 애니매이션의 본격적인 시험무대로는 처음이었던 만큼 어색한 점들도 눈에 띈다.

일부 장면에서는 공룡이 걷는 것이 아니라 공중을 떠가는 느낌도 주었다.

공룡이 땅을 밟을 때 발의 일부가 수풀 속에 묻히지 않고 완전히 풀 위에만 있었던 것이 주원인. 화면 합성이 완벽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이에 대해 홍팀장은 “모형제작기간 등을 빼고나면 애니메이션과 화면 합성에 들인 시간은 10월초부터 12월초까지 2달뿐” 이라며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합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보다 생생한 장면을 만들 수 있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