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영어 글쓰기 대회(IEWC)] 강연자에게 들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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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자가 전하는 영어 Writing 설명회’가 지난 21일 개최됐다. 제3회 IEWC를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학부모와 영어학원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연사로는 루 킬저(58) 중앙데일리 치프 에디터(Chief Editor)와 남봉철(64)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고 교장이 나섰다. 킬저 에디터는 예일대 철학과를 수석 졸업해 미국 기자들의 꿈이라는 퓰리처상을 두 번(1986년 공공보도 부문, 1990년 탐사보도 부문)을 수상하는 등 권위 있는 70여 개의 언론상을 받았고, 역사서를 두 권 저술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날 강연을 마치고 영어 글쓰기 방법론에 대해 인터뷰했다.

‘가능하면 문장을 단순하게 써라’-루 킬저

킬저 에디터는 학부모들이 영어 교육에 제대로 투자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인들은 글을 지나치게 잘 쓰려고 합니다. 중앙데일리에서 기자들이 영어로 써온 기사를 고치면서 느낀 점이죠. 절 안에 절을 넣거나, 주어와 술어 사이에 너무 많은 단어가 들어가곤 합니다. 이는 어려운 영어를 더 어렵게 만들죠.” 그는 깔끔한 단문이 오히려 문장을 돋보이게 만든다고 조언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쉽고 평이한 문장들을 배열한 문학작품으로 노벨 문학상(1954년 『무기여 잘 있거라』)을 받았어요. 단순하게 쓸 줄 모르면 복잡하게도 쓸 수 없다는 것만 명심하세요.” 그는 좋은 영어 문장을 많이 읽을 것을 권유했다. “영어는 융통성이 많은 언어라서 새로운 단어와 숙어가 끊임없이 만들어져요. Google이란 단어가 이제 동사로 사용되는 것처럼 말이죠. 창조적이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문장을 보고 싶다면 흥미를 가진 주제에 관해 보도하는 영어신문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문맥에 맞는 적합한 단어를 써라’-남봉철 교장

남 교장은 해외 명문대 진학의 핵심이 ‘에세이’라고 강조했다. 또 좋은 에세이를 쓰는 데 독서만 한 게 없다고 조언했다. “좋은 표현은 폭넓은 독서 체험에서 나와요. 동화부터 시작해서 단편소설·수필·다큐멘터리·영어신문 등 영어로 된 글을 많이 읽으세요. 좋은 문장은 기억했다가 쓰기에 활용하면 표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는 영어와 무조건 친숙해질 것을 주문했다. “읽은 내용에 대해 영어로 감상문을 써보고 요약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짜임새 있는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죠. 영어로 일기를 쓰는 습관도 어휘력뿐 아니라 자기의 개성을 살린 글쓰기에 좋은 길라잡이가 됩니다.”

남 교장은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적 차이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영어식 구문 구조에 익숙해져야 어색한 영어(Broken English) 표현을 피할 수 있어요. 가급적 간결하고 구체적인 표현이 바람직하죠. 같은 의미의 단어라도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문맥에 적합하게 골라 써야 합니다.” 그 역시 킬저 에디터와 마찬가지로 어설프게 아는 단어보다는 쉽더라도 확실히 아는 단어를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글=라일찬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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