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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 2기를 준비한다]4.<끝>2기 지자체로 넘어간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경상대 행정학과 김영기 (金渶璂) 교수가 소개하는 한국과 미국 단체장의 하루 일과 비교는 지방자치제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활동 일정을 보면 한국의 S시장이 15건, 미국 시장은 14건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S시장의 경우 정책관련 활동이 민방위훈련장 방문 등 4건에 불과한 반면 미국시장은 기자면담 등 3건을 제외하고 모두 지방정부의 정책활동과 관련이 있다.

우리 지자체의 한계와 발전방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3년동안 상당수의 단체장.의원들을 가장 바쁘게 만들었던 것은 다름아닌 주례와 상가 (喪家) 방문이다.

민의수렴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표를 의식해서다.

지자제 2기에서는 반드시 사라져야할 대표적인 비공식 업무다.

1기 기간 단체장.지방의원들의 잦은 탈당.이적이 큰 문제로 부각되면서 정당추천제의 필요성 여부를 둘러싼 논의도 가열됐다.

2기 개막에 앞서 이적.탈당에 대한 제어장치와 정당추천제의 유지여부등에 대한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지방자치권의 확보 문제 역시 2기의 주요 과제로 손꼽힌다.

지방자치권의 핵심은 자치조직권과 자치인사권. 단체장이라면 누구나 기능변화에 맞는 조직과 인력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상 국단위 이하 조직은 단체장이 신설.폐지.통폐합할 수 있도록 돼있기는 하다.

그러나 내무부의 승인을 얻지않으면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업무효율화를 위해 행정계층을 간소화하고 싶어도 일일이 내무부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

인사권도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부단체장의 임명권이 각 단체장으로 넘어가 자치인사권이 다소 보장됐다.

그러나 단체장의 독주에 대한 우려도 없지않다.

인사 독주로 중앙.광역.기초단체간 공무원 교류가 어렵게 되면 공무원들은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줄어들고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사교류 확대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아가 취약한 지방재정이 확보되지 않는 한 진정한 지방자치는 어렵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8대 22.세금이 지나치게 국세에 치우쳐 있어 무엇보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이 확대돼야 한다.

사회간접자본에 지자체 스스로 투자할 수 있도록 외자도입 요건도 완화돼야 한다.

지자체들 역시 신규 세원확보에 주력하고 수익사업을 통해 건전재정을 유지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중앙의 규제도 시급히 해소돼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의 궁극적 목적은 주민복지의 증대다.

불안한 치안 속에 주민복지는 불가능하다.

단체장이 직접 치안점검에 나서고 이를 선거에서 심판받을 수 있도록 지방경찰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기의 교육자치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잡음많은 선거제도 때문이다.

선거비리로 당선된 교육감이 구속되기도 했다.

또 부교육감과 관리국장을 교육부가 임명하는 것도 완전한 교육자치 인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급변하는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못지않게 지방정부도 바뀌어야 한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이 확보돼야 한다는 말이다.

일부 시에서는 시 또는 구의원 스스로 구자치제가 필요없다며 폐지를 건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민의 자치의식도 아울러 제고돼야 한다.

경조사에 단체장이 안오면 섭섭해 하고 표를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바로 발전의 저해요인이다.

1기 선거에서는 기초단체장.의원의 경우 후보 얼굴도 모르고 투표하기 일쑤였다.

유권자들은 선출된 이들이 유권자의 이익과 직결된 정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갈등도 1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이다.

상부단체는 하부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고 조건없는 권한행사보다는 효율적인 협의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업무의 지방이양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져왔으나 아직도 정책과는 거리가 먼 자질구레한 업무들이 중앙에 남아있어 기업.주민의 불평이 높다.

따라서 중앙.지방간 효율적인 사무 재분배는 2기가 이뤄내야할 과제다.

이밖에 지방의회 입법기능이 약하고 입법절차에 미숙한 지방의회도 많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문제는 주민이 직접 규제하고 풀 수 있도록 조례제정등 지방의회의 입법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런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와 관련된 제반 법률의 개정이 시급하다.

조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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