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쫓겨오는 해외일꾼' 에 고민…국내실업 늘어 엎친데 덮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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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필리핀 경제가 외화벌이의 첨병노릇을 해온 해외진출 근로자의 귀국으로 고민에 빠졌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각국에서 외국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소폭이나마 국내실업이 늘고 있는데다 해외에서 돌아오는 근로자들의 일자리 부담까지 겹쳐 엎친데 덮친 격이다.

필리핀 외무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세계에 나가 돈벌이를 하는 국민은 전체 인구 (약 7천5백만명) 중 6%에 해당하는 약 4백50만명에 달한다.

이중 아시아 지역에 나간 근로자는 전체의 30%를 넘는 1백40만명 안팎. 해외에 나간 이들 근로자가 벌어들인 외화는 지난 96년 약 2백억달러에 달해 국민총생산 (GNP) 의 약 30%나 된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의 경제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귀국하는 해외 근로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시아손 외무장관은 최근 "한국에 나가 있는 필리핀 근로자 3만명중 이미 3천명이 실직했다" 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도 사정이 나쁘다.

말레이시아의 필리핀인은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허가 경신을 일체 허용하지 않겠다" 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대형 국책사업과 건설공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상당수 필리핀인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문제는 필리핀에도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 금융위기에 영향받아 필리핀에서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고 있다.

급기야 피델 라모스 필리핀 대통령은 고용창출을 위해 11일 관광산업 진흥을 주창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 (ASEAN) 관광포럼에 참석, "ASEAN이 세계 관광수요중 10%만 더 흡수해도 3백8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생겨난다" 며 관광산업 강화를 제안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2백2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수입이 GNP의 8%를 차지하고 몇년간 관광수입 증가율도 연 14%씩 늘어나는 호조를 보였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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