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입학 때 평균 75점이던 성적 서울대 언니 덕에 90점으로 졸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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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박현진(16·가명·서울 신림동)양은 중학교 3년 동안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 입학했을 때 75점 정도를 맴돌던 평균 교내 시험 점수가 졸업 때는 90점 안팎으로 향상됐다. 과외를 받은 것도, 학원에 간 것도 아니었다. 서울대생 언니들의 힘이었다.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서울대 사범대의 멘토링 사업이 이달부터 4기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임예지(21·왼쪽에서 둘째)씨가 27일 서울 봉천동 당곡중학교 교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성 기자]


서울대 학생들이 무료 멘토링을 해 준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중학교 1학년이던 3년 전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 속에서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던 때였다. 박양이 멘토링을 신청하자 언니들이 매주 두 번씩 학교로 찾아왔다. 박양은 “특히 공부 방법과 계획 세우는 법을 알게 돼 큰 도움이 됐다”며 “언니들이 가끔 박물관이나 대학 교정으로 데려가 고민도 들어줬다”고 말했다.

박양처럼 대학생들의 무료 멘토링으로 꿈을 키우는 아이가 늘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는 지난해 SAM(SNU Active Mentoring) 사업을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학업 성적과 사회성이 크게 좋아졌다고 27일 밝혔다. SAM 사업은 2006년 서울대 사범대가 동작교육청·동작구청·관악구청과 손을 잡고 시작한 학습 지원 사업. 대학생들이 빈부 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초·중학생들의 멘토가 돼 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서울대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받은 초·중학생은 모두 400명. 이 중 2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들의 국어·영어·수학 평균 성적은 과목별로 많게는 10점 가까이 올랐다. 초등학생들은 영어 성적(9.14점)이, 중학생들은 수학 성적(8.51점)이 특히 많이 올랐다. 한 학생의 평균 점수를 20점 가까이 올려 ‘우수 멘토’로 선정된 백정완(26·여·영어교육과 4년)씨는 “대부분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기 때문인지 공부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시험 기간엔 아이들이 졸라 새벽 보충수업을 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적뿐 아니라 꿈을 키워주고 예의범절과 자제력을 가르치는 것도 멘토의 주요 역할이다. 조사에서 멘토링을 받은 학생들은 ▶대인관계 능력 ▶자제력 같은 인성도 고르게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사범대 조영달 학장은 “부모님 중 한 분이 없거나 맞벌이로 바쁜 경우가 많은데, 대학생들을 역할모델로 삼아 꿈을 키우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학생들은 “유치원 선생님이 꿈인데 선생님의 격려로 자신감을 얻었다”(중학생 조모양)거나 “선생님에게 소리지르고 반항하던 친구가 멘토링으로 많이 달라졌다”(초등학생 김모군)고 답했다.


이런 효과에 힘입어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발족한 서울대 발전기금의 ‘새싹멘토링 사업’과 올해 초 대학본부가 시작한 ‘SNU 멘토링 사업’이 그것이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멘토링은 서울대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베풀 수 있는 최고의 봉사”라며 “단기적인 성적 향상 못지않게 어린 학생들의 인생 전반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멘토링(mentoring)=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이 조언을 통해 잠재력을 키워주는 것을 말한다. 조언자를 멘토(mentor), 조언을 받는 사람을 멘티(mentee)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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