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국민 위기관리 매뉴얼 서둘러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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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도 해외에서 일하거나 거주하거나 관광하는 국민의 안전을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세계 최대의 국제 의료지원·보안서비스 업체인 인터내셔널SOS의 이명섭(46·사진) 한국 지사장의 말이다. 지난달 15일 예멘 유적지 시밤에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 조직원의 자폭 테러로 희생된 사고를 계기로 최근 그를 만나 해외 국민 보호를 위한 국제적인 안전 시스템에 대해 들어봤다.

이 지사장은 “해외에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으나 직원과 고객에 대한 안전의식만큼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불행한 예멘 참사를 한국의 국제 안전의식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들에겐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가면서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겠지’ ‘사고 나면 대처하지’라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특히 국내 기업들의 해외 주재원 안전을 위한 조치에서도 그런 경향이 여전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구체적인 위험관리 체계를 세워야 한다”며 “익숙하지 않은 해외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겪게 되는 혼란을 고려해 미리 사고 예방·처리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나 기업이 직원들이나 고객들의 위험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해 상황별 처리 절차를 세워놓으면 부가적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주재원들에 대한 안전 조치를 비용이 아닌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이라 생각해야 한다”며 “하지만 기본적인 안전이 보장돼야 해외 주재원들의 능력이 발휘되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진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 주재원의 안전 보호에 적극적이다. 포춘 100대 기업 중 GE·도요타·IBM·마이크로소프트(MS) 등 88개 기업이 인터내셔널SOS의 의료·보안서비스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 중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전자·포스코·현대중공업 등도 인터내셔널SOS의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그러나 국내 100대 기업 중에는 30여 개 기업만 체계적인 해외 주재원 의료 지원·보안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 이 지사장의 지적이다.

글=이승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인터내셔널SOS=기업과 정부기관에 해외 의료 지원·안전 서비스 제공 업체. 영국과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으며 70여 개 나라에 비상경보센터와 사무소를 운영한다. 한국에서는 외교통상부·코트라 등 정부기관을 포함해 350여 개 기관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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