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취업 성공 프로젝트] 직업 바꾸려는 김태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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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26)씨는 신입사원이다. 강릉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1월부터 중소기업에서 이벤트 프로모션 업무를 하고 있다. 그가 이직을 꿈꾸는 이유는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다. 그는 “일단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입사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며 “해외로 나가 더 넓은 세상에서 영업맨의 꿈을 펼치고 싶다”고 말한다. ‘영업맨’ 지원자답게 경력이 다양하다.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 시애틀의 한 레스토랑에서 4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필리핀 UPV대학으로 1년 동안 교환학생도 다녀왔다. 회사에서는 통·번역 업무도 도맡았다. 영어는 “회화가 자유로운 수준”이고 일본어는 “걸음마 수준”이라고 자평한다.

그의 취업 전적은 40전 2승 38패. SK브로드밴드·CJ제일제당·인터파크 등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기업이 35개다. 면접을 본 5개 기업 중에서 2개 기업에 합격했고, 그중 한 곳에 입사해 신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는 면접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틈날 때마다 경영학 서적을 읽는다. 요즘은『포지셔닝』을 읽고 있다. 독학으로 일본어도 공부한다. “야근하느라 바쁘지만 취업을 위한 노력만큼은 자신있다”고 당차게 말한다. 자문단은 그에게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본지는 김씨의 어머니와 김씨의 현재 직장 상사에게 허락을 받고 컨설팅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영어 회화 능통하다는데…객관적인 점수로 증명하라

STEP 1 서류 집중 분석

이력서 실수가 눈에 띈다. 직장 입사 시기(2009년 1월)를 사실과 다르게 ‘2008년 1월’이라고 적었다. 사실을 정확하게 적는 것은 이력서 쓸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력서 항목과 내용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자격사항’란에 ‘기획서 작성 경력, 컴퓨터 활용 우수, 영어회화 능통’이라고 적었는데 여기에는 갖고 있는 자격증을 적어야 한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영어다.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연수 경험도 있어 영어회화가 능통하다고 적었지만 토익 점수가 800점에 불과하다. 물론 토익 점수와 실제 회화 능력은 별개다. 하지만 영어 실력을 검증하는 기초는 시험 점수다. 객관적으로 영어 실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토익 점수를 올리거나 회화 자격증을 따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실전 영어를 잘한다는 것을 면접에서 드러내야 한다.

자기소개서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인 ‘해외 영업’에 초점을 두고 일관되게 풀어냈다. 키워드 중심으로 작성한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해외연수나 사회 경험 등에 대한 이야기만 있고 정작 경영학 전공에 대한 언급이 없다. 기업이 원하는 스펙(학점·어학·봉사활동 )을 쌓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생의 기본은 전공을 충실하게 공부하는 것이다. 경영학 전공 중에서 어떤 세부 전공에 관심이 있었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언급하라. 김씨가 경영학도로서 전문성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장단점 자기소개서만 보면 김씨는 완벽한 사람이다. 추진력, 적극성, 냉철한 분석력, 빠른 판단력, 배우고자 하는 의욕, 꼼꼼한 성격, 신중함을 모두 갖췄다고 적어 놨다. 단점을 찾아볼 수 없다. 본인의 단점은 무엇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언급하는 것이 좋다.

경력과 기타 활동사항 해외영업 부문은 대부분의 인문·상경·사회 계열 전공자들이 입사 때 가장 선호하는 분야다. 자연스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쟁 속에서 남과 비교되는 강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씨의 자기소개서는 다양한 경험을 나열하는 데 그침으로써 다른 지원자와 차별되는 색깔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인 한두 가지 경력을 중심으로 소개하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입사 후 포부 김씨의 자신감과 적극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신입사원으로서 패기 넘치는 자세는 좋다. 그러나 패기에도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매출을 15% 늘리겠다’고 했는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임원 입장에서도 매출을 15% 늘리는 것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수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면 근거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평생 직장 삼겠다” 답변해 면접관에 믿음 줘라

STEP 2 면접 집중 분석
Q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보라.

A ‘행·사·판’처럼 늘 즐겁고 다양함이 가득한 김태현입니다. 행! 행동은 신속하게. 사! 사람은 따뜻하게. 판! 판단은 냉철하게. 이 단어가 저를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긴장한 채 머뭇거리며 “죄송합니다”). 현재, 5년 후, 10년 후의 제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습니다. 저는 현상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원인을 따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마케팅을 기획·수행할 때 이런 제 성향이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는 프로모션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다양한 경험이 해외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행·사·판’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소개한 것은 높게 평가한다. 중간에 자기소개가 막혀 머뭇거렸던 것은 김씨가 외워서 말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를 하거나 생각을 말할 때 외워서 하면 안 된다. 외워온 답변은 아무래도 듣기 어색하다. 또 외운 분량이 너무 길다 보면 말하는 도중에 스스로 꼬일 수 있다. 사례는 길게 얘기할 수 있지만 생각을 말할 때는 2~3문장 정도로 짧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Q ‘평생 직장’과 ‘평생 직업’ 중 무엇을 선호하는지.

A 고민되는 부분이지만 ‘평생 직업’을 택하겠다.

Q 그렇다면 굳이 우리 회사에 입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지.

A 입사 후 어떤 상품의 마케팅을 성공시켰다고 해서 만족할 수는 없다. 블루 오션에 뛰어들어 새로운 후발 주자도 이끌어 보고 싶다.

▶ 신입사원의 충성심을 묻는 질문이다. ‘평생 직업’을 택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신입사원을 한번 뽑아 오래 쓰는 문화를 가진 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질문에는 충성심을 드러내는 답변이 좋다. 예를 들어 “귀사를 평생 직장으로 삼아 전문가로 성장하겠다”고 답하는 것은 어떨까.

Q 회사에서 학연·지연에 따라 승진·부서 배치가 좌우될 수 있다. 본인이 그런 상황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건지.

A 동서양에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동양은 학연·지연·가족공동체가 강조된다. 특히 한국은 그런 심리가 더욱 강하다. 서양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그룹 생활보다 개인의 능력을 중시한다. 학연·지연은 용납하고 싶지 않다. 힘든 부분이다. 친화력을 무기로 상사와 따로 만나 이야기해 보겠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회사에 이의를 제기하겠다.

▶ 굳이 동서양의 관습에 대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누구나 다 아는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사족에 불과하다. 그보다 ‘왜 부당 처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설명하라.

Q ‘파레토 법칙’을 들어봤나.

Q ‘부메랑 효과’는 알고 있나.

A 잘 모른다.

▶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물어봤다. 다양한 경험을 쌓았더라도 전공에 충실하지 못하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전공은 기본이다. ‘준비된 인재’라는 인상을 갖게 하라.

STEP 3 평가

서류전형 평가 서류상으로 김태현씨는 ‘퍼펙트 가이’다. 그러나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곳곳에 빈틈이 있었다. 김씨는 ‘영어회화 능통’이라고 적었지만 토익 점수가 800점이고, ‘매출을 15%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근거가 없다. 박홍석 상무는 “단정적 표현을 쓸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화점식 경력 소개도 지적됐다. 이근면 대표는 “운전면허증까지 자격증란에 적는 것은 지나치다”며 “직무와 관련된 경험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양태규 해외인사파트장은 “경영학 전공자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전 면접 평가 “다변(多辯)이지만 달변(達辯)은 아니다.”

김씨는 ‘다변가’다. 면접 시간을 초과했을 만큼 답변이 길었다. 이따금 말이 끊어질 때면 채점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라고 되묻는 여유도 갖췄다. 자문단이 “자연스럽게 답했다”고 평하는 이유도 김씨가 답변을 술술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변가’는 아니었다. 한 번으로 끝날 질문을 채점관이 몇 번이나 계속 반복해야 했던 것은 김씨의 답변에 논리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즉답을 하지 않아 채점관이 답답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문단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문단 총평

패기는 좋다, 논리 갖춰라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김씨는 가방에 항상 반짇고리를 넣고 다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여기에 높은 점수를 준 채점관은 없었다. 준비가 지나쳤기 때문이다. 박홍석 상무는 “의욕이 앞서 적극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의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처했지만 부족해 보였다는 평가다. 양태규 해외인사파트장은 “모범 답안을 보는 느낌이었다”며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라”고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김태현씨. 자문단은 그의 자신감을 평가하면서도 “근거 없는 자신감은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근면 대표는 “희망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희망 업무에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파레토 법칙=‘20대 80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80%의 결과가 20%의 원인에서 비롯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백화점 매출의 80%가 20%의 단골손님으로부터 나오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20%의 인구가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이름을 딴 법칙. 부메랑 효과=개발도상국에서 만든 물건이 선진국으로 역수출돼 해당 산업과 경합을 벌이는 현상.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경제 원조나 자본 투자를 한 결과 생산이 시작되며, 현지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남아 생산품이 역수출되면서 선진국의 해당 산업과 경합을 벌이는 현상이다. 광복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자본 투자·기술 원조 등에 힘입어 여러 산업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한 한국이 오늘날 중화학공업·전자제품 등을 생산해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좋은 예다.


프로젝트 자문단

10대 그룹 자문단(자산 순위): 중앙일보 취업 컨설팅에는 국내 10대 그룹의 인사 담당자가 참여합니다. 최고의 인재를 선발해 온 임원들이 취업 컨설팅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근면 (삼성) 삼성광통신 대표 / 양태규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해외인사파트장 / 황세연 (SK) SK텔레콤 SKMS그룹장 / 강돈형 (LG) LG전자 인사담당 전무 / 이동우 (롯데)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장 / 윤동준 (포스코) 글로벌 HR실장 / 이병찬 (GS) GS칼텍스 인사지원팀장 / 김환구 (현대중공업) 인사·경영 혁신담당 상무 / 정준수 (KT) 인사담당 상무 / 박홍석 (금호아시아나) 그룹 경영 관리담당 상무

분야별 자문단: 외국계 기업, 연구소, 취업포털, 대학의 인사 전문가들이 맞춤형 상담을 해드립니다.

▶최영미 (한국 HP) 인사담당 이사 / 천두성 (GE코리아) 인사담당 이사 /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총괄 상무 / 김준성 (연세대) 직업평론가



일하고 싶은 당신, 10대 그룹 인사 책임자가 컨설팅해 드립니다   joins.incruit.com

▶대상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하십시오. 전직을 생각하는 분도 가능합니다.

▶신청 방법: 중앙일보 일·만·나(일자리 만들기 나누기) 홈페이지(joins.incruit.com)에서 신청하세요. e-메일: / 우편접수: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사 편집국 취업섹션 담당자 앞

▶준비 사항: 취업 때 제출하는 양식과 같은 이력서·자기소개서를 보내 주십시오. 학점, 외국어 능력, 사회봉사활동 경력, 희망하는 직장과 연봉 수준, 취업 전적, 연락처, 경력, 컨설팅을 신청하는 이유와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보완점에 대한 간단한 자기소개서, 이외에 스스로를 기업에 적극 알릴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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