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 엔화, 일본도 금융외교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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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이 경제정책 노선을 급속히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감세 (減稅) 를 통한 내수확대와 함께, 밖으로 환율안정을 위한 대미 (對美) 금융외교 강화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엔화.주가.금리가 곤두박질치는 '트리플 약세' 상황에서 미지근한 대응만으론 위기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총리관저 주변에는 “엔화 약세가 동남아 통화가치의 폭락을 초래하고 이것이 다시 엔화 약세를 부르는 악순환이 위험지대에 들어섰다” 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야당들은 7일 대규모 세금감면을 골자로 한 정책연합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등 6개 정파 모임인 통일회파 (派) 는 12일 열릴 정기국회에 소득세 3조엔 등 6조엔 규모의 항구적 감세 (減稅) 를 내용으로 하는 경기대책방안을 제출키로 합의했다.

게이단렌 (經團連).상공회의소등 주요 경제단체들도 추가 감세를 요구하고 나서 경제정책은 개혁노선에서 내수확대 중심의 현실노선으로 급속한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또 연초부터 주요 인사들을 잇따라 미국에 파견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보름전부터 1백억달러 이상을 동원해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환율 방어에 실패, 미국과의 공동 보조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스터 엔' 인 사카기바라 에이스케 (신原英資) 대장성 재무관이 7일 워싱턴을 방문했고 누카가 후쿠시로 (額賀福志郎) 총리부 관방부장관도 뉴욕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등을 만나 일본측의 경기대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 정부 소식통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달러 강세 정책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한편 7일 도쿄 시장에서 엔화는 “금융기관의 도산은 더 이상 없을 것” “엔화는 현재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 라는 사카기바라 재무관의 구두 (口頭) 개입에도 불구하고 한때 5년8개월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1백34엔45전까지 밀렸다.

도쿄 = 이철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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