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돋보기] ⑥ 투발루의 1달러 은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투발루의 기념주화. 백상아리 도안이 들어 있다.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제공]

 세계 각국에는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화폐 혹은 기념주화가 많다. 대개 자국의 독특한 자연 환경을 소개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보호를 위해서다.

기념화폐는 국가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발행된다. 유통화폐에 비해 발행 빈도도 잦고 규격이나 형태도 제한을 받지 않아 ‘튀는’ 디자인의 화폐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기념화폐를 주요 상품으로 판매한다. 최근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주화(10달러 은화)도 나왔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서 발행된 1달러짜리 기념주화 역시 주인공이 독특하기로 이름났다. 현재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신기한 화폐동물원’에 전시돼 있다. ‘죠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바다의 난폭자 백상아리, 탁구공만한 작은 몸이지만 해독제가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독을 품은 푸른 고리 문어가 들어갔다. 액면은 1달러에 지나지 않지만 화려한 색상이 들어간 순도 99퍼센트의 은화다.

이 아름다운 주화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투발루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머지 않은 미래에 사라질지도 모를 운명에 처한 나라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파도를 뚫고 올라오는 백상아리의 모습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조국의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투발루 국민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백남주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학예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