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체형, 동양 눈매 … 연아는 한글 패션 이상적 모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연아가 24일 고양시에서 열린 아이스쇼에서 색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김연아는 이날 쇼 오프닝 무대에서는 한글로 김소월의 시 ‘님과 벗’이 새겨진 피겨복을 입고 연기를 펼쳐 눈길을 모았다. [고양=김민규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가 ‘한글 패션’의 전령사로 변신했다. ‘한글’이 김연아를 통해 패션의 날개를 달고 전 세계인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2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특설무대에서 개막한 아이스쇼. 김연아는 ‘한글 디자인’으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씨의 작품을 입었다. 쇼 오프닝 무대에서 ‘오페라의 유령’의 여주인공 크리스틴으로 분장한 그녀의 피겨복에는 한글 문장들이 멋들어지게 수놓아져 있었다.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김소월의 시 ‘님과 벗’에서 따온 것이다.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멋진 의상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한글 옷을 입은 피겨 여왕은 어린애처럼 신나고 즐거워했다. 패션과 스포츠 스타는 이젠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들의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매야말로 패션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들은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행사·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 때문에 브랜드 노출 효과도 크다. 제일모직 홍보팀의 심문보 차장은 “2006년과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선수단에 남성 양복을 협찬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큰 홍보 효과를 얻었다” 고 말했다.

‘여왕 김연아’가 입은 한글 옷을 만든 이상봉씨는 패션계의 한글 전도사로 통한다. 2001년부터 파리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을 진행 중이다. 할리우드 스타 린지 로한도 지난해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이 새겨진 그의 작품을 입은 적이 있다. 이씨는 “김연아 선수가 입은 것은 이상봉의 옷이라기보다 한글이라는 문화일 것”이라며 “제가 천 번, 만 번 입고 홍보를 하는 것보다 김 선수가 한 번 입는 것이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서구적 얼굴 윤곽과 체형에 동양적 눈매를 갖춰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씨도 “김 선수는 키가 모델들에 비해 훨씬 작지만 몸의 비율이 이상적인 데다 얼굴도 예뻐 내 옷이 더 멋져 보인다”고 기뻐했다.

이씨는 이번 아이스쇼 무대에 서는 15명의 피겨 스타들을 위해서도 티셔츠와 스카프를 특별 제작했다. 여기에도 선수들의 이름을 한글과 영문으로 새겨 넣었다. 지난해 김연아와 듀엣 연기를 펼쳤던 조니 위어(미국)는 “한글로 내 이름이 새겨진 셔츠가 참 예쁘다. 한글을 배워보고 싶다”며 감탄했다. 

온누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