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류 보고서]북한 신년 공동사설 내용과 의미(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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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은 올해도 김정일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두 개 신문의 공동사설로 대내외 당면과제를 제시했다.

통일원 정대규 (鄭大圭) 정보분석실장은 "김정일이 당 총비서에 취임했지만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대중연설을 꺼리는 개인성향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공동사설은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 등 화려한 총론을 제시했지만 각론은 산적한 현안에 대해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김정일 시대를 여는 비전제시가 없었다는 게 우리측의 평가다.

그러나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따른 조심스런 기대와 고난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는 주목할 대목이다.

먼저 정치분야는 체제고수를 강력히 촉구, 서방의 개방.개혁 기대를 일축하고 있다.

이는 김일성의 유훈 (遺訓) 을 여전히 '영원한 생명선' 으로 강조한데서 엿볼 수 있다.

올해가 정권 수립 50주년임에 착안해 '공화국 창건 50돌을 세계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빛내자' 는 장밋빛 구호는 여전했다.

사설은 "모든 생활에 인민군대가 사회의 본보기가 돼야한다" 고 요구해 북한체제의 '병영국가화' 가 가속화할 것을 예고했다.

'먹는 문제 해결' 을 내세운 경제분야는 가장 큰 비중이 두어졌다.

때문에 "종자 (種子) 문제를 풀고 이모작 농사를 다그치자" 는 등의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있었다.

그러나 매년 되풀이되던 무역 제일주의 등 대외교역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사설은 김대중당선자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없이 안기부 해체와 콘크리트 장벽 철거를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제시, 남북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대외관계에서 '자주.평화.친선' 등 원칙표명 외에는 아무 언급이 없었는데 이는 4자회담 등을 앞두고 운신의 폭을 좁히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형식면에서 94년 김일성 사후 3년간 공동사설에 참여한 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 기관지 '청년전위' 가 제외돼 청년동맹의 위상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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