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어린이집 국공립화로 엄마들 보육료 부담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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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시설로 전환하고 개원한 세린어린이집. 왼쪽부터 신윤숙 원장, 학부모 김나숙·이규희씨, 장기수 천안시의원. 조영회 기자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학부모들의 보육료 부담이 커졌다.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주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한결 같은 마음이지만 얇아진 주머니 사정 때문에 속을 태운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천안시가 보육료 부담 줄이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았다. 기존에 민간이 운영하던 보육시설을 국·공립으로 전환해 보육료는 낮추고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지원을 기대하기 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첫 사례로 천안시 쌍용동 주공 9단지에 위치한 ‘세린어린이집’이 올해 1월 국·공립 보육시설로 전환하고 3월 개원했다.

천안 쌍용동 세린어린이집의 경우 주공 9단지 1차의 입주민(1080세대) 중 과반수인 568세대가 투표에 참여해 국·공립 전환을 의결했다. 앞으로 15년간 세린어린이집은 시에 무상 임대된다. 세린어린이집의 공립 전환으로 천안시 국·공립 보육시설은 7곳으로 늘어났다.

어린이집 학부모 김나숙(32·여·천안 쌍용동)씨는 “이곳의 경우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종일반 보육료가 저렴해 맞벌이 부부에게는 안성맞춤”이라며 “아이가 2명이다 보니 교육비 지출이 만만치 않았는데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국공립 보육시설은 민간 보육시설에 비해 보육료가 저렴하고 신뢰도가 높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거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의 보조금은 운영비의 일부에 불과해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 인건비의 경우 영아는 80%, 유아는 30%만 정부에서 보조해준다. 영아교사 보조금은 2개 이상의 반이 개설된 경우에만 80%가 모두 지원된다.

세린어린이집의 경우 영아반이 1개 반 운영 중이라 30%만 보조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보육료는 다른 어린이집과 비슷한 수준이다. 종일반 또는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혜택은 좀 더 크다. 반일반(오후 4시까지)이나 종일반(오후 7시) 구분 없이 보육료가 같기 때문에 5만원 정도가 절감된다.

이규희(41·여·쌍용동)씨는 “아이들은 깨끗하고 넓은 공간을 좋아한다”며 “엄마입장에서는 식단관리에 철저한 게 마음에 든다. 아이들 먹을 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국공립 보육시설은 수요에 비해 여전히 시설이 부족하다. 국·공립 보육시설의 신설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의 경우 20억 원 정도 소요되며 인구밀집지역은 부지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민간보육시설을 국·공립으로 전환할 경우 1억원 안팎의 리모델링 비용과 교구 구입비만으로 보육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세린어린이집 역시 9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육환경을 개선했다. 개원 후에는 천안시의 정기적인 자격평가가 이뤄져 투명하고 깨끗한 시설운영이 가능해졌다.

신윤숙(43·여) 세린어린이집 원장은 “10년간 이 지역에서 교육자로 일했다. 언젠가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자 결심했다”며 “국·공립 전환을 계기로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은 2005년부터 여성가족부가 추진해오던 정책이다. 하지만 기존 운영자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법적 뒷받침이 없어 난항을 겪었다. 현재는 영유아보육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기존 운영자의 위탁운영권이 최장 6년까지 인정된다. 나아지긴 했지만 기존 운영자가 수용하기엔 민감한 부분이 남아있다. 신 원장은 현재 운영권을 위탁 받은 계약직 신분이다. 자신의 위치보다 아이들에게 공공성을 띤 교육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국·공립전환에 합의했다. 보육의 사각지대에 있던 아이들에게도 좀 더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합의결정에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기수(43) 천안시의원은 “보육시설의 국·공립 전환은 주민과 기존 시설운영자, 천안시 3주체가 합의로 일궈낸 성과”라며 “구조적으로 미흡한 점을 보완해 민간 보육시설의 국·공립 전환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민재 인턴기자 m96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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