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유리상자 등 송구영신 철야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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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유달리 힘들었던 한해, 그냥 보내긴 좀 섭섭하다.

웬지 샐쭉해있는 애인의 표정을 금방 풀어줄 그럴듯한 '건수' 가 없을까. 섣달 그믐밤에서 새해 첫 새벽을 관통하는 '2년짜리' 철야콘서트는 어떨까. 엘니뇨탓으로 봄밤처럼 포근한 97년 마지막 밤과 새해 연휴. 서울 곳곳에 서는 락 (樂) 판을 찾아 가자.

◇ 산울림 = 현역로커로는 최고참그룹이 펼치는 5시간 연속콘서트. 강렬한 원초적 록리듬을 장시간 따라가야 하므로 스태미너를 비축해 둘 것. 자정에 산울림은 샴페인을, 청중은 캔맥주를 일제히 터뜨리며 송구영신을 다짐한다.

아기를 맡아주는 탁아방도 마련할 예정. 밤 8시. 힐튼호텔 컨벤션센터. 02 - 336 - 2908

◇ 유리상자 = 탄탄한 언더그라운드 경력으로 라이브가 뛰어난 남성듀오. 감미로운 발라드로 귓가를 적시고 싶으면 이들이다.

여성들의 가슴을 콕콕 찔러주는 '라스트 크리스마스' 풍의 노래가 장기. 자정엔 조명을 끄고 케이크에 킨 촛불로 한해를 마감하는 의식을 치룬다.

밤 10시. 학전블루. 02 - 763 - 8233. (1월6일까지)

◇ 박학기.조규찬 = 한사람은 포크, 한사람은 리듬 앤드 블루스를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이 공연을 고를 것.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인 두 장르를 능란하게 엮어내는 박학기.조규찬의 내공과 유대가 감상포인트다.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부르다 불쑥 던지는, 능청맞은 조크가 양념거리. 자정에는 객석의 연인들에게 꽃을 나눠주는 순서가 있다.

밤 11시. 신촌라이브 '벗' .02 - 393 - 8467 (1월4일까지)

◇ 이승훈 = 학생티를 벗지 못한 가냘픈 인상의 이 포커가 부르는 노래의 색깔은 하얀색. 여백이 있는 음악을 한다.

겨울분위기를 좋아하는 청중에게 맞는다.

깡마른 체구에서 뿜어내는 열창이 무대의 핵심. 자정에는 촛불과 케이크로 송년의식을 치룬다.

밤 10시30분. 인켈아트홀. 02 - 365 - 2372

◇ 김장훈 = 근 5시간동안 60여곡을 부르는 의욕적인 철야콘서트. '노래만 불렀지' 등 자기 노래에 이어 애창팝송을 메탈.올터너티브.발라드등 장르별로 나눠 부른다.

이소라등 화려한 게스트를 대거 투입, 또다른 재미를 만든다.

“청중의 안전을 위해” 지하철운행이 재개되는 새벽까지 콘서트를 한다고. 밤 11시. 곤이랑 아트홀. 02 - 335 - 7513 (1월4일까지)

◇ 동물원 = 30대 아저씨 5명이 곰.얼룩말.토끼등 동물가죽을 뒤집어쓰고 재롱 (?) 을 부린다.

그렇지만 닭살은 돋지 않는다.

꾸밈없는 음색과 순후한 사운드에서 어른의 가식을 거부해온 멤버들의 철학이 우러나기 때문. 동심과 아름다움을 혼합한 서정적 발라드를 들려준다.

밤 11시. 연강홀. 02 - 766 - 5417. (1월4일까지)

◇ 봄 여름 가을 겨울 = 10년째 활동중인 퓨전재즈그룹. 역대 히트곡을 들려준다.

라면.기저귀등 기발한 선물 증정코너가 마련되고, 자정에는 미리 나눠준 야광스틱을 터뜨리게 해 그럴듯한 송년분위기를 연출할 예정. 밤 10시30분. 정동문화예술회관. 02 - 3437 - 1116.

이밖에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 (오후 7시30분.충돌소극장.1월4일까지.02 - 764 - 5715) ▶록듀오 일기예보 (오후 4.7시30분.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02 - 766 - 5417)

▶R&B여성3인조 에코 (오후 7시.라이브1관.1월4일까지.02 - 766 - 5417)

▶안치환 (오후 7시30분.두레극장.02 - 3143 - 2288) ▶양희은 (1월3.4일 오후4.7시.인천 송도비치호텔.02 - 3272 - 6747) 등이 준비돼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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