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청천벽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2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
○·쿵제 7단 ●·저우루이양 5단

 

제7보(91~99)=흑▲보다는 백△가 빛난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럼에도 저우루이양은 왜 A에 두는 대신 흑▲를 선택했을까. 그는 91에 끌렸다. 아니 ‘사로잡혔다’고 하는 편이 옳다. 백이 ‘참고도 1’처럼 공배를 연결하면서 달아나게 만드는 즐거움, 거기에 B의 보너스. 별거 아닌데도 한번 좋아 보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게 실전심리다.

그러니까 쿵제 7단은 ‘참고도 1’처럼 그냥 따라주면 된다. 조금 당해줘도 백△로 얻어낸 우세는 충분히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또 실전심리가 작용한다. 상대의 주문은 거스르고 보는 실전심리 . 쿵제는 92, 94의 맥을 구사해 안에서 살아버리기로 작정했다. 한데 순조롭게 진행되던 수순이 99에서 딱 멎었다. 상대는 상상도 못한 수를 들고 나왔다. 패는 목숨을 구하거나 불리할 때 하는 것. 한데 이 저우루이양이란 친구는 자신이 공격적인 상황에서 패를 들고 나왔다. 누군들 그런 수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저우루이양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다. 한국 바둑과 일전을 겨룰 미래의 강자다).

‘참고도 2’를 기대했다가 99의 일격에 깜짝 놀란 쿵제가 한 점 따내는 것도 잊은 채 장고에 빠져든다. 팻감은 밀린다. 그렇다고 C의 후퇴는 억울하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