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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자제관련 제도정비부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내년 5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연기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IMF사태라는 미증유의 국난극복에 국가적 에너지를 모으려면 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의견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분으로나 현실로나 타당성이 적다.

95년 7월 부활된 지방자치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선거 연기론이 제기될 정도로 기대에 못미치거나 부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았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자치단체 상하.상호간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현상, 자치단체장과 의회간 마찰에 따른 행정의 지연 또는 자원배분의 왜곡, 실질적인 주민참여 기회의 부족, 일부 단체장.지방의원들의 자질부족이 야기한 사회적 물의나 역기능 등은 보기에 따라 긍정적인 변화를 상쇄하고 남는 듯한 인상도 주었다.

그러나 이는 '지방선거 연기론' 으로 연결되기보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한단계 성숙한 자치로 가는 디딤돌이 돼야 옳다.

우리 지방자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자치의 기반이 되는 중앙과 지방간의 권한.재원 배분 원칙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자치운영을 원활히 할 법제도 미흡하고 법제의 틈을 메워줄 관행도 성숙하지 못했다.

IMF사태가 국가운영 구조의 근본개혁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이번 기회에 지방자치에서도 기본틀을 재점검해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런 논의에 있어 미결의 핵심과제는 현행 3단계인 지방행정 단계 축소, 그리고 이와 관련한 행정구역 개편 문제다.

또한 지방의회의 권한과 의원수의 축소, 기초자치단체 의원뿐만 아니라 단체장의 정당추천 배제문제, 주민참여 확대, 재원확충 등에도 획기적인 제도 개선.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기본틀을 재정비한 다음 지방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는 것이 바른 해법이다.

중지를 모아 우리 실정에 맞는 최적의 자치 모델을 만들려면 시간의 여유가 별로 없다.

시안까지 나와 있는 과제인만큼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여야 정당간에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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