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안기부 간부진,예사롭지 않은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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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는 권영해 (權寧海) 안기부장을 국회의사당내 국민회의 총재실로 불렀다.

안기부의 현황을 보고받기 위해서다.

보고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달라진 입장 때문인지 잠시 어색함이 흘렀다.

안기부 간부들을 맞는 金당선자의 표정도 최근 보기 어렵던 '엄숙' 바로 그것이었다.

보고자는 權부장과 박일룡 (朴一龍) 제1.이병기 (李丙琪) 제2.엄익준 (嚴翼駿) 제3차장 및 신정용 (辛正容) 기조실장 등 5명. 金당선자는 박상천 (朴相千).천용택 (千容宅).임복진 (林福鎭) 의원 등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뿐 아니라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이종찬 (李鍾贊)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김중권 (金重權) 당선자비서실장.유재건 (柳在乾) 총재비서실장 등 7인을 배석시켰다.

안기부측에서 보안상 이유를 들어 배석자를 정보위원으로 제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당선자측은 일축했다.

金당선자는 權부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해외경제정보 수집은 누가 담당하느냐" 고 물었으며 權부장은 2차장이라고 답변. 金당선자는 IMF시대에 안기부의 경제정보 수집능력을 높여야 한다며 여러 가지 관심을 표출했다.

이어 金당선자는 보고자들의 직책을 하나하나 물었다.

기조실장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權부장은 "문제가 됐던 것은 운영차장" 이라고 설명했다.

법령에 따른 직제개편 없이 기조실장에서 운영차장으로 자리를 바꿨던 김현철 (金賢哲) 씨의 측근 김기섭 (金己燮) 전운영차장에 관한 얘기였다.

정치에 개입하거나 '북풍공작' 비판을 받기도 했던 제1차장 산하분야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 개편 0순위로 떠오른 이 분야는 인원축소는 물론 조직분리 등 대수술 가능성까지 두루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기부는 대북 (對北) 정보수집 기능을 하고, 정책기능은 통일원이 맡아야 한다는 金당선자의 평소지론도 피력됐다고 한다.

金당선자는 조직개편설 등으로 불안해 하는 직원들을 고려해 "전문직은 아무런 신분변화가 없을 것"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70분간의 보고중 후반 30분은 당측 배석자 없이 진행돼 내용에 궁금증을 더했다.

오익제 (吳益濟) 전천도교교령의 월북, 간첩 고영복 (高永復) 교수 사건 등 최근의 현안들에 대한 깊숙한 보고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오갔다.

천용택의원 등은 "통치권자만이 알아야 할 극비 정보사항에 대한 보고가 있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金당선자의 표정에서 '개혁' 의 강한 메시지를 읽은 안기부 간부들은 조심스러운 얼굴로 보고장을 나섰다.

金당선자에게 별도의 독대 (獨對) 기회를 요청해 10여분간 면담하고 나온 權부장의 표정은 더 심각했다.

이에 앞서 金당선자는 10분간 김동진 (金東鎭) 국방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金장관은 權부장과는 대조적으로 다소 밝은 모습이었다.

전영기.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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