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저가 항공사, 서비스·비용 줄여 요금 싸게 받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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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비용 줄여 가격 낮춰요=국내에서는 ‘값이 싸다’는 점을 강조해 저가(低價) 항공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용어는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입니다. 저비용이라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을 아꼈다는 뜻이고 비용을 줄인 덕에 고객에게 낮은 가격에 항공기 표를 제공하니까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말이지요. 그렇지만 항공사는 저가라는 말이 주는 ‘싸구려’ 이미지 때문에 LCC라는 말을 더 선호합니다.

어느 경우나 의미는 같습니다. 항공기를 이용하는 모든 과정, 즉 예약·발권·탑승·수하물 처리는 물론 기내 서비스 등에서 일반 항공사보다 비용을 덜 들이는 대신 값을 낮췄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비용을 줄이는지 예약을 한번 볼까요. 일반 항공사는 인터넷은 물론 전화나 대리점을 통해서도 예약할 수 있지만 저가 항공사는 인터넷 예약에 많이 의존합니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값을 더 깎아주는 식입니다. 많은 고객이 인터넷을 이용하면 전화 받을 사람이나 대리점 시설을 줄여도 되니 항공사 입장에선 비용이 줄어들겠지요.

탑승은 또 어떨까요. 저가 항공사는 기본적으로 좌석의 등급 구분이 없습니다.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 없이 모두 일반석이라는 뜻입니다. 일등석은 자리를 넓게 차지해 좌석 수가 줄어드는 데다 어차피 일등석을 원하는 손님은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거죠.

유럽의 몇몇 저가 항공사는 아예 좌석예약도 안 받는답니다. 먼저 탑승하는 사람이 원하는 좌석을 잡는 식이죠. 왜냐고요. 이렇게 해야 사람이 일찍 비행기에 타서 늦게 출발하는 일이 줄고, 그래야 한 번이라도 더 비행기를 띄워 손님을 태울 수 있거든요.

기내 서비스도 간소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몇몇 저가 항공사는 음료수와 기내식을 모두 돈을 받고 판답니다. 비행기에 들고 타거나 부치는 짐의 양도 엄격하게 제한해 요금을 더 물리기도 해요. 비행기가 무거워지면 비싼 연료를 더 써야 하니까 당연하지 않겠어요. 이쯤 되면 기존 항공사처럼 좌석마다 비디오를 볼 수 있다거나 안대·슬리퍼 따위 일용품 혹은 기념품을 준다거나 하는 일은 아예 기대할 수 없겠죠. 이 밖에 저가 항공사는 항공기의 정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같은 종류의 비행기만 운영해요. 국내 첫 저가 항공사인 제주항공은 프로펠러식(터보프롭) 여객기와 제트기를 같이 쓰고 있지만, 몇 년 내에 제트기로 통일할 예정이랍니다. 이렇게 비용을 아끼고 아껴서 기존 항공사보다 적어도 20~30%쯤 값을 낮추는 게 저가 항공사의 전략입니다.


◆미국서 시작해 유럽·아시아로 퍼져=저가 항공사는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1949년 설립됐다가 지금은 다른 회사에 합병된 PSA(Pacific Southwest Airlines)가 원조입니다. 낮은 가격과 유머 섞인 승무원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죠.

PSA의 저가 전략과 유머 경영을 철저하게 본뜨고 더욱 체계적으로 만든 게 71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저가 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입니다. 이 회사는 현재 542대의 여객기 전부를 오직 보잉737 한 기종만 씁니다. 큰 공항 말고 이용료가 싼 주변 공항을 주로 이용합니다. 장거리 노선은 거의 없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오갈 수 있는 중·단거리 노선만 취항합니다.

유럽에서는 90년대 초반 아일랜드의 라이언 에어가 등장하고, 95년 이지제트가 설립됐지요. 아시아 지역에서는 2002년 영업을 시작한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를 비롯해 인도의 에어 데칸, 오스트레일리아의 버진 블루 등 저가 항공사가 속속 생겼어요. 한국에서는 2005년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 등 4개의 LCC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가 항공사는 세계 항공운수 시장에서 차츰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유럽에는 60여 개의 저가 항공사가 영업 중이며 유럽 전체 여객 시장의 11%가량을 차지합니다. 미국은 20여 개 업체가 있으며 시장점유율이 25%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승녕 기자

국제선도 띄웠어요
국내선만으로 성장에 한계
일본·동남아 노선 속속 개설

국내에 처음 생긴 저가항공사는 제주항공입니다. 애경그룹과 제주도 등이 함께 설립한 이 회사는 2005년 영업을 시작한 뒤 기존 항공사의 70~80% 수준의 가격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국내선뿐 아니라 일본·동남아 등에 전세기를 여러 차례 운행한 끝에 지난 3월 20일부터 일본 오사카와 기타큐슈에 정기 노선을 개설했습니다. 이 회사는 앞으로 국제선을 더 늘릴 예정입니다. 이미 태국 방콕을 오가는 노선을 열었고, 앞으로 일본·동남아 등에 더 많은 정기 노선을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저가항공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는 2008년 1월부터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에 항공기의 정비 등 관리를 맡겨 안전성이 탁월하다는 게 이 회사의 자랑입니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과 부산시 등이 함께 만든 회사로 2007년 설립됐습니다. 김포와 부산을 오가는 국내선을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역시 일본 등 국제선에 정기 노선을 열 예정입니다. 이스타항공은 전북 군산에 기반을 둔 저가항공사입니다. 2007년 설립됐지만 운항을 시작한 것은 최근입니다.

 국내 저가항공사는 안전과 서비스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아무리 값이 싸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손님이 이용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가항공사지만 항공기와 엔진의 정비 등에는 대형 항공사 못지않은 인력을 투입하는 등 많은 비용을 들입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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