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용평가 하락 해외언론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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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무디스.S&P등 국제적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사실상 투자 불능 상태로 낮춘 이후 외국 언론들은 23일 단기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이 외채 지불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 정부와 은행.기업의 신뢰도를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시킴에 따라 한국은 새로운 위험에 봉착했다" 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SBC워버그 증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한국의 채무상환 불능 위험이 커지고 있다" 며 "한국 정부가 국.공채시장을 완전 개방했지만 기업 연쇄부도때문에 외국투자자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고 전했다.

○…미 뉴욕 타임스는 이날 "한국의 신용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한국이 내년 1월 계획하고 있는 9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또 경제분석가의 말을 인용, "일부에선 아시아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넘긴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며 앞으로 6~9개월이 지난 뒤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이어 "지난 80년대 남미 외채위기때와 달리 아시아의 경우 금융기관과 뮤추얼펀드 등 다양한 성격의 채권자들이 얽히고 설켜 있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고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IMF의 금융지원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자율이 치솟고 통화가치와 채권이 급락하는 3중고를 겪고 있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고 보도했다.

포스트지는 "문제 해결의 관건은 신뢰도 회복이지만 한국 정부는 최근 그릇된 금융통계를 제공하는등 대외적 신뢰를 잃은 상태라서 새로운 대통령당선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전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도 "한국은 연말까지 약 1백50억달러의 단기 외화채무의 상환기간을 연장받아야하는 상황에서 신용등급까지 강등돼 '채무 유예 (모라토리엄)' 위험을 낳고 있다" 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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