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가 행복한 도시 ① 편리하고 안전하고 … 구청에 동심이 뛰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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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본 교토 출신의 주부 야마사키 유미(山崎由美·30·서울 마포구 성산동).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야마사키는 매주 한두 차례 딸 이유나(3)양을 데리고 마포구청을 찾는다. 구청 1층 로비에 있는 놀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35㎡ 규모 실내놀이터에는 미끄럼틀과 장난감이 있어 어린이 20명이 뛰놀 수 있다. 청사 바깥의 실외놀이터에도 미끄럼틀과 모래사장, 소꿉놀이 시설이 있다.

노는 것이 심드렁해지면 유나는 엄마와 함께 지하 1층의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신다. 구내식당에서는 오므라이스, 돈가스 등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다. 야마사키는 “일본에는 유원지나 놀이공원이 많지만 집 근처에 아이가 쉴 만한 공간은 부족하다”며 “청원경찰이 있어 안심하고 딸이 놀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구청이 ‘어린이가 놀기 편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구청들은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나 식당, 도서관을 만들어 어린이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마포구청 1층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上). 놀다 지친 어린이들은 부모와 함께 지하 1층 매점에서 음료수를 마시거나 과자를 먹는다(下). [마포구청 제공]


12일 입주를 끝낸 성북구청 신청사는 건물의 상당 부분을 주부와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11~12층에는 옥상정원, 6층에는 야외 쉼터 및 공연 공간, 4층에는 아트홀이 들어섰다. 최상층인 12층을 북카페로 꾸며 다음 달 7일 개방할 예정이다. 주부들이 차를 마시면서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공간이다. 성북구청 이경환 홍보담당관은 “마구잡이개발로 뛰어 놀 곳이 없는 어린이에게 좋은 쉼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 벽면에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해 ‘작은 미술관’을 만든 강남구는 구청에 견학 오는 학생이나 단체를 위해 버스를 내준다. 학생들은 구청 버스를 타고 와 작품을 관람한 뒤 옥상에 있는 1447㎡ 규모의 공원에서 쉴 수 있다. 옥상공원에는 자작나무·소나무 등 93종 1만740본의 식물이 있다.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우러 구청을 찾는 주부도 늘고 있다. 마포구청의 ‘뮤직 앤드 플레이’ 프로그램은 음악에 맞춰 엄마와 유아가 함께 놀 수 있어 인기다.

구청은 또 공무원을 위해 만든 부설 어린이집의 정원 절반가량을 주민에게 할애하고 있다. 구청별로 인원이 50~100명 선이다. 구청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긴 주부들은 구청 문화센터에서 요가, 십자수, 꽃꽂이 등을 배우거나 인터넷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정보검색을 할 수 있다. 구청에 모인 주부들은 자녀 교육이나 아토피성피부염 등에 대해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나눈다.

하지만 구청이 어린이의 쉼터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다. 매주 서너 차례 세 아이를 이끌고 마포구청을 찾는 주부 강일모(41·성산동)씨는 “구내식당 음식이 직원 위주로 되어 있어 막내(3)에게 먹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어린이들을 위한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연(40·여)씨는 “주부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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