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중계엔 수십억 … 국내 야구엔 15억원도 아깝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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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자기네 나라 프로야구를 TV로 볼 수 없다니 말이 됩니까.”

18일부터 스포츠 케이블 4개 사(KBS N·MBC ESPN·SBS스포츠·엑스포츠)가 중계권 협상 결렬을 이유로 프로야구 중계를 중단하자 성난 야구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에는 케이블사의 중계 중단을 성토하는 글이 19일 현재 수천 건 올라왔다. 대부분 방송사의 행태를 질책하는 글이다. 한 야구팬은 특정 케이블사를 거론하며 “일본 야구 중계에는 수십억원이나 쏟아부으면서 국내 야구 중계 15억원이 아깝다는 말이냐. 그렇게 사정이 어려우면 해외 스포츠 중계를 포기하면 될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 중계 포기 속사정-중계료가 비싸서?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이유는 KBO 중계권 협상 대행업체인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와 케이블사 간의 중계권료 차이다. 에이클라는 방송사당 연 14억원을 요구했고, 방송사 측은 10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케이블 4사가 에이클라에 지불한 중계권료는 방송사당 16억~17억원이었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IPTV 판권을 둘러싼 시각차에 있다. 현재 에이클라는 IPTV 3개 업체와 100억원 전후로 중계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케이블 방송사 측은 “원칙적으로 방송 화면을 경쟁 업체인 IPTV에 넘겨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화면을 IPTV에 제공할 경우에는 에이클라가 현재 제시한 5억원보다 더 많은 영상사용료를 방송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이블사 측은 “지난해 적자 방송을 한 곳도 있다. 중계권 대행업체만 폭리를 취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홍원의 에이클라 대표는 “IPTV 중계권료는 프로야구뿐 아니라 KBL·K1·챔피언스리그·UEFA컵·여자프로테니스 등 콘텐트를 모두 포함하므로 많은 금액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에이클라에 대한 방송사 측 반감도 걸림돌이다. KBO는 지난해부터 케이블·IPTV·위성DMB 등 중계권을 3년간 200억원(추정치)에 에이클라에 판매했다. 종전까지 KBO와 직접 협상하던 방송사 입장에선 중간 마진을 챙기는 업자가 늘어난 것이 달갑지 않다.

# 어떤 경우에도 중계 포기는 안 될 말

결국 IPTV라는 새 수익원에 대한 중계권 보유업체와 방송사 사이 갈등이 프로야구 결방 사태의 핵심이다. 실제 스포츠케이블 4사 중 2사는 올 시즌 개막 전 중계권료 17억원에 에이클라와 계약하려다 IPTV 협상 내용이 알려진 뒤 포기했다. 그 뒤 4사는 SBS스포츠로 창구를 단일화했다.

SBS스포츠 관계자는 “방송 화면에 대한 권리는 방송사에 있다”고 주장한 반면 홍 대표는 “그래픽과 해설을 제외한 화면과 현장음은 협회(KBO) 소유라는 게 상식”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갈등 속에 피해는 야구팬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다. 비난은 시청자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방송사 쪽에 먼저 향하고 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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