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의 과제]4.<끝> 사회·문화·과학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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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학력.성별.계층.지역간의 차별이 없는 '사회적 등권론'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철학적 기초' 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 金당선자는 이 준거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의 사회.문화분야 정책은 전향적인 대목이 많다.

그러나 金당선자는 '기계적 형평' 의 가치를 늦추는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복지비의 증액은 金당선자의 오랜 지론이긴 하지만 국제통화기금 (IMF) 의 제약에 따라 재정지출을 최소화해야 하는데다 투자가 시급한 분야가 많아 당장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망국병' 인 사교육비 해소문제도 시급한 과제다.

사교육비는 적자 가계부의 주범이며 '내자식만 잘되면 그만' 이라는 왜곡된 가치관의 표출이다.

전두환 (全斗煥) 전대통령은 과외를 불법으로 규정했으나 음성.고액과외라는 지하교육시장만 확장시켰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임기초부터 교육개혁작업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라는 원인적 처방을 마련하긴 했으나 두터운 구조적 저항을 허무는데는 실패했다.

교육전문가들은 대학의 자율을 가로막는 비효율적.관료적인 교육부 조직을 수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현장 교육기관과 지방자치단체로 대담한 권한이양이 이뤄져야 한다.

사교육기관도 시장개방 현실에 맞춰 철저히 질 위주의 경쟁으로 유도하되 '공교육을 보완하는 저비용 형태' 로의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내년에 당장 나타날 1백만명 이상의 실업자문제는 경제문제 차원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다.

金당선자는 노동시간 단축 등의 방법으로 실업발생 자체를 막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같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전면 자유화된 서구.미국 사회에선 '실업률 제로' 는 사회정책 목표로서 폐기된지 오래다.

'상시실업' 을 전제로 한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평생고용개념 파괴에 따른 1인2직업 시대를 수용하고 재취업을 위한 성인교육 확대, 최소한의 실업수당 제공 등 IMF사회에 걸맞은 실업대책을 세워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 부분에 대한 정교한 투자도 확대돼야 한다.

생명.환경.지식산업은 무한한 일자리를 창출한다.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규모 토목공사로 대공황시대의 실업을 해결했지만 金당선자는 생명.환경.지식산업에서 실업문제의 탈출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가 소비인 시대도 지났다.

이제 문화는 가장 부가가치 높은 산업중의 하나가 됐다.

문화인은 사회의 양념으로 '보호' 될 것이 아니라 경쟁력있는 문화상품의 생산자로서 정당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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