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보고 세로읽기]시대의 흐름읽는 안목과 열린 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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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웃어 웃어 웃어요/당신이 웃고 계실 동안에는//하늘은 새파랗고/공기는 부드럽고/들에는 해가 비치고…. ” 이 동시를 읽고 당신들이 함박눈처럼 맑게 웃으면 기쁘겠다.

마침 창 밖에 눈사람이 웃고 서있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

모든 사물은 내가 사랑하면 숨을 쉰다.

아무리 들어도 좋은 비틀스도 내 방에서 숨을 쉰다.

지금 '예스터데이' 를 끝내고 '허니 파이' 를 부른다.

1960년대에 유럽과 미국을 강타한 비틀스. 그들에게 사람들이 광적으로 몰려갔듯 팝 아트 미술가들한테도 모든 것이 떼거리로 몰려왔다.

팝 아트는 대중문화를 예술로 끌어들여 성공한 거대한 문화상품으로 비틀스만큼 큰 돈이 된 산업이다.

팝 아트의 대표적 아티스트, 앤디 워홀 (미국.1928~1987)에 의하면 "팝의 중심철학은 누구나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는 것이다.

팝 이전의 누구나 할 수 없고 특권의식이 지배한 미니멀 아트를 거부한다.

“팝은 사랑이다.”

예술이 뭐가 고결한 것이냐고 묻듯 우리가 사용하는 이미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친숙함, 일상의 힘을 보여준다.

그는 코카 콜라, 캠벨 수프 등 상품 이미지나 엘비스 프레슬리, 마릴린 먼로 등 인기 스타의 이미지를 쓴다.

또한 인종 폭동, 자동차 사고 등 센세이셔널한 사건의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으로 복사해서 쓴다.

그의 '공장' 이란 이름의 작업실은 유명 스타, 무명 예술인들로 들끓었다.

영화 '접속' 에서 흐르던 '페일 블루 아이스' 를 부른 벨벳 언더그라운드도 워홀과 깊은 교감을 나눴다.

워홀의 신화는 피카소처럼 후대 예술가에겐 영감과 성공.출세를 상징한다.

워홀의 '15분 동안만 유명할 뿐이다' 란 말과 더불어 '돈이 되는 건 모두 예술이다' 란 말이 절절이 와닿는 시대를 살다보니 그를 영웅시하는 게 이해된다.

사진의 역사에서 그를 빼놓을 순 없는데 그것은 한 순간에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 이미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또한 워홀의 시대에 사진은 미술범주 안에 새로운 예술매체로 확립된다.

이젠 결과물이든 과정이든 사진으로 표현된 미술작품이 많아 사진과 미술의 구분이 어렵다.

거대한 산업인 예술문화가 중요시되는 이 시대에 우리나라엔 국립 사진미술관 하나 없다.

국립.시립 미술관 어디에도 사진 파트가 없다.

우리의 사진 유산들이 흐지부지 없어지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진에 우리나라는 관심이 없다.

사진에 관련된 물품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사진 교육도 선진국에 비해 수십년이 뒤떨어진다.

참으로 부끄러운 사실이다.

부끄러운 일이 어찌 사진뿐이랴.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첨예하게 읽은 워홀의 안목과 열린 태도는 새로 뽑힌 대통령과 이땅의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그 안목은 양서를 통한 탐구와 사색으로 얻어질 것이다.

외로운 누군가는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고, 책을 읽으며 삶을 바꾼다.

그때의 외로움은 얼마나 풍요로운가.

신현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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