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체험!삶의 현장' PD·출연자 역할바꿔 연출 웃음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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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KBS1 '체험!삶의 현장' 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이 하나같이 뇌까리는 말이 있다.

"PD들, 두고보자" 다.

하루종일 고된 노동을 하는 것만 해도 괴로운데 PD들은 한술 더떠 '시청자들에게 땀흘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며 일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 짐을 지고 언덕을 올라가도 쉬운 길 놔두고 가파른 길로 오르게 하는 식이다.

하지만 어쩌랴. '두고보자' 해도 보복 (?) 할 길이 없는 것을. 그런 출연자들에게 복수의 기회가 주어졌다.

11일 오전9시30분 여의도 KBS신관 6층. 배우 최종원, TV강의로 인기를 얻은 정덕희 교수, '체험…' 연출자인 이달현 (37).김영도 (31) PD와 '체험…' 제작진 10여명이 커다란 탁자 주위에 둘러 앉아 있다.

29일 방송될 '체험…' 송년특집 촬영 회의 중이다.

내용은 '체험…' 때문에 갖은 고생을 했던 최종원과 정덕희 교수가 PD역할을 하고, 그들을 괴롭혔던 두 PD가 삶의 현장을 '체험' 하는 것. 최종원이 특유의 억양과 쉰 목소리로 지난 7월의 촬영 경험을 꺼낸다.

"멕시코 알로에 농장이었지. 기온이 42℃였어. 물 한모금만 마시자고 해도 PD는 못 들은체 '한번만 더 찍고' 를 되풀이 했었지. " 정교수도 거든다.

"서울 마장동 돼지뼈 가공공장에서 일했을때 말이에요, 촬영이 끝나자마자 탈진해 링거주사를 맞았지요. " 두 PD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다.

PD들에게 주어진 일은 연탄 7백50장 배달. 일터인 서울 신림7동의 연탄가게 앞에 도착하니 걱정이 더 커진다.

배달할 장소가 가파른 비탈인데다 마침 간밤에 첫눈이 와 쌓이기까지 했다.

가게주인 김보선 (44) 씨도 PD들 편은 아닌 듯. 보자마자 첫마디가 "3년전 겨울에 '체험…' 때문에 농구선수 허재가 여기서 연탄 배달하다 힘들어서 쓰러졌다" 는 것이다.

날씨까지 PD들의 적이다.

최저 영하 7.3℃에 최고기온도 영하 2.4℃. 게다가 매서운 칼바람이 체감온도를 영하 15℃까지 끌어내렸다.

"그래도 42℃에서 땀흘리는 것보다는 추운게 낫지." 최종원이 위로 (?) 랍시고 하는 말이다.

첫 배달처는 돌계단을 한참 올라간 꼭대기의 집. 2백장을 지게로 날라야 한다.

94㎏ 거구의 이PD는 14장씩 지고 힘겨워 하면서도 57계단을 오른다.

연탄 한장에 3.65㎏이니 약 50㎏을 지고 올라간 셈. 그러나 호리호리한 김PD는 10장을 지고 일어서다 쓰러져 9장을 깨뜨렸다.

그러자 최종원이 당장 달려들어 혼을 낸다.

배달이 끝나니 사방이 깜깜한 저녁6시30분. 하루 품삯에서 깨뜨린 연탄 값을 제하고 얼마나 받았을까. 29일 저녁7시20분의 '체험…' 에서 밝혀진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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