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21세기 10대 과학기술]9.휴먼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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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모양과 기능이 사람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로봇이 휴먼로봇 (Human Robot) 이다.

사람이 모델이 된 것은 인간이야말로 최고의 기계이기 때문이다.

휴먼로봇은 초보적인 5감 (五感) 과 판단능력을 갖고 이동하며 작업하는 지능형 로봇으로 주 임무는 인간에 대한 봉사다.

휴먼로봇은 위험한 건설현장.깊은 바다.방사능 오염지역등 재해지역에서 인간을 대신할 수 있다.

또 불편한 사람을 도와주는 의료용.장애자용.가사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현재 휴먼로봇의 세계 최고 수준은 일본이다.

일본은 20여년전부터 인간형 로봇개발에 관심을 두어왔다.

지난 9월 프랑스 그레노블에서 개최된 '지능로봇및 시스템 국제학술대회' 에 참가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이수용 (李秀容.휴먼로봇연구센터) 박사를 비롯한 각국의 로봇전문가들은 깜짝 놀랐다.

일본의 혼다 자동차社가 발표한 '혼다 휴먼로봇' 의 성능이 예상했던 기술수준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중량 2백10㎏, 키1m80㎝에 두 팔이 달린 이 로봇은 두 다리로 걸어 다닌다.

1986년 휴먼로봇 개발에 착수한 혼다 개발팀은 10년간 연구내용을 비밀로 해오다 지난해 12월 휴먼로봇의 존재를 첫 공개했었다.

전문가들이 놀란 것은 제어장치.배터리 등의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인 기술이었다.

그동안 휴먼로봇의 중량과 부피가 그 이동능력을 제한해 왔다.

혼다는 로봇의 중량과 부피를 사람 수준에 가깝게 축소하고 두 다리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제어기능을 보여 주었다.

로봇이 두 다리로 균형을 유지하고 걷는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혼다 로봇은 이를 상당 부분 극복했다.

혼다는 이 휴먼로봇을 가사보조나 인명구조용 등으로 이용할 생각이다.

이 로봇은 인공지능을 갖추고 주어진 일을 할 뿐 아니라 인간의 무선지시에 따라 미지의 환경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 지능로봇연구실은 사람과 상호 교류하는 로봇을 개발중이다.

이 로봇은 사람의 얼굴색.손의 움직임.몸짓.눈동자의 움직임을 알아본다.

연구팀은 이 로봇이 간단한 말을 알아듣도록 해 장애자 보조역으로 쓸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두 다리로 걷는 휴먼로봇의 개발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KIST는 휴먼로봇 개발을 2000년대를 위한 전략연구과제로 삼아 94년부터 연구에 나섰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내외 9개 기관에서 1백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 로봇의 손에 부착되는 인공피부 센서 개발의 경우 이탈리아 스쿠올라 대학의 다리오 교수가 지원하고 있다.

현재 상체의 시험 제작품이 완성됐다.

말처럼 생겨 4각보행이 가능한 하체도 개발돼 98년말까지는 상체와 결합한 휴먼로봇 '센토' 가 선보인다.

센토에는 73개의 모터와 1백60여개의 센서가 달려있다.

총중량은 55㎏. KIST 김문상 (金汶相) 박사는 “2004년께는 두다리로 걷는 인공지능 휴먼로봇이 완성될 것” 이라고 말한다.

이 로봇은 시각.촉각.속도.힘.자세를 인식한다.

로봇이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수 있는 것이다.

또 중앙제어기에서 작동상태를 파악해 명령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소 김승호 (金承鎬) 박사는 발전소내 주요시설을 점검하고 보수하는, 바퀴와 인간의 발 형태가 복합된 이동형 로봇을 개발했다.

金박사팀은 특히 가상현실 기법을 동원해 가상현실에서 로봇을 동작하면 이에따라 멀리 떨어져 있는 로봇이 똑같이 작동하도록 고안했다.

로봇이 물체를 들때 느끼는 힘은 가상현실에 전달돼 로봇 조종자도 같은 힘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21세기초면 로봇병사들이 최전방에 배치돼 군사정보를 수집하는등 본격적인 로봇의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보고있다.

장재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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