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티베트 사태의 해법은 중국의 민주화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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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필자는 티베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쓰촨(四川)성의 청두(成都)를 방문했었다. 중국 당국은 올해 천안문 사태 20주년을 맞아 극도로 예민한 상태다. 중국 공안은 티베트와 전혀 관련이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해서도 검문을 실시했다. 티베트인 거주지에 대해선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사진조차 찍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중국 언론은 티베트 봉기 기념일을 즈음해 수백 년간 봉건노예제도에 구속돼 있던 티베트인들이 자유를 얻어 행복을 찾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대다수 티베트인들은 이런 보도에 공감하지 못한다. 중국은 티베트의 과거사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티베트인 중 일부 식자층이 중국 공산당을 환영했던 건 사실이다. 당시 승려들에게 편협하고 고압적인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를 현대화해 주겠다던 약속을 지키기도 했다. 예전의 낙후된 모습에서 벗어난 라싸엔 쇼핑센터와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다. 다른 도시들과 철도로 연결돼 교통도 편리해졌다. 학교·병원 등 공공시설들이 급증해 생활이 편리해진 점도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군인과 장사꾼들로 인해 티베트 고유 문화는 설 땅을 잃고 있다.

서구 열강들과 일본 제국주의자들도 20세기 초에 현대화라는 명목을 내세워 다른 나라들을 합병했다. 일본의 지배하에서 대만은 중국의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현대적인 모습을 갖췄다. 영국은 인도에 관료 조직뿐 아니라 철도·대학·병원 시설 등을 정착시켰다. 하지만 일부 국수주의자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유럽인과 일본인들은 현대화라는 명분이 결코 제국주의를 합리화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현대화는 외국의 힘이 아니라 주권 국가의 국민 스스로 일궈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티베트인들에게도 그들 스스로 현대화를 일궈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중국은 다양성이라는 또 다른 논리를 내세운다. 만약 민족과 언어를 국가의 기준으로 삼아 티베트를 중국으로부터 독립시킨다면 웨일스도 영국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게 아닌가. 스페인과 바스크, 터키와 쿠르드, 인도와 카슈미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티베트 문제를 어떻게 보는 게 옳을까.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티베트인들은 중국 내 다른 시민들에 비해 특별히 열악한 위치라고 할 수만은 없다. 티베트인뿐 아니라 한족·위구르인·몽골인 등도 고유 문화를 빼앗기고 공산당 지지를 강요받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 같은 정치체제다. 언론의 자유가 없고 자유로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 폭력적인 압제에는 폭력적인 저항이 뒤따른다. 민주적 개혁이 없다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이는 티베트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중국 국민들이 개혁을 위해 개별 민족을 초월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안 부르마 미국 바드 칼리지 교수
정리=최익재 기자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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