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계 IB서 독점한 글로벌 인재 끌어오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글로벌 금융위기는 인재 확보의 찬스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사진) 사장의 지론이자 경영 전략이다. 이를 전제로 그는 요즘 글로벌 투자은행(IB) 출신 인재 영입 작업을 직접 챙기며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계 투자은행들이 그간 독점해 온 우수 인재들이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탈하고 있다. 지금처럼 좋은 인재 확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런 기회를 살려 올해 경영 목표를 ‘제2의 도약’으로 잡았다고 소개했다. 한투증권의 역량에 글로벌 인재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결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법인영업을 국제화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유 사장은 골드먼삭스 홍콩 지점 및 서울 지점 리서치 센터장을 거쳐 삼성증권 리서치 헤드를 지낸 임춘수씨를 국내외 영업 담당 전무로 14일 임명했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 골드먼삭스 본사와 서울 지점에서 10년간 글로벌 리서치를 담당했던 한승훈 애널리스트를 스카우트했다. 이어 이달 말에는 골드먼삭스와 CLSA, 메릴린치 근무 경험을 가진 박상희 애널리스트를 영입할 계획이다. 요즘은 자산 규모 300억 달러의 대형 헤지펀드에서 부동산 및 대체에너지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계 전문가를 데려오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

유 사장은 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골드먼삭스와 메릴린치 등 글로벌 IB들이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과 대형 M&A 거래를 독차지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이들의 힘이 빠진 만큼 지금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절박한 심정도 드러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맞이한 이번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10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글로벌 인재 영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그런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한 셈이다. 유 사장은 1992~99년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에서 근무할 때 글로벌 투자은행과 치열하게 경쟁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희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