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잡아라]기업들 공동유통망 운영 " 한푼이라도 아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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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제일제당 인천공장에서 설탕.식용유.생활용품등을 싣고 대전.충청지역에 내려간 차량들은 현지 대리점등에 물건을 내린후 바로 충북청원군에 있는 ㈜대경인더스트리 공장으로 향한다.

여기서 식용유 포장용기를 싣고 다시 서울 등으로 물건을 배달한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이들 차량은 빈차로 되돌아왔지만 11월초 두 회사가 '제품 공동수송제' 를 시작한 이후엔 공차율이 대폭 줄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공동시스템 운영을 통한 유통.물류비 절감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판매처가 전국 대리점.수퍼마켓등으로 산재해 있는 생활용품 제조.판매회사등은 다른 기업과 '공동수송.대리점 공동운영' 등의 방법을 시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공동수송을 통해 빈차로 돌아오는 수를 줄임으로써 전체 수송비의 4%를 절감하게 됐으며 대경인더스트리측도 수송비의 10%정도를 줄였다" 고 말했다.

제일제당의 연간 수송비는 18억원, 대경은 12억원인데 각각 7천만원과 1억2천만원씩을 절감하게 되는 셈이다.

애경산업.동원산업.삼양사.대한통운등 4개사 (社) 는 최근 아예 ㈜레스코란 물류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해 각사 물건을 공동으로 거래처에 배달하고 있다.

국내의 열악한 도로환경과 높은 공차율로 인한 과다한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업종과 상관없이 서로 손을 잡은 것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늘어나는 수송물량과 복잡한 유통경로를 집약.단축시켜 공동배달함으로써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물류비용을 15%정도 절감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올초부터 광주지역 4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사무실 공동사용.공동창고 설치등 공동운영시스템을 시범도입해 대리점운영비.수송비 절감은 물론 매출증대 효과까지 얻고 있다.

우선 광주시 쌍촌동.중흥동.지산동.운남동등 4개 지역이 흩어져 있는 대리점을 운남동 한 곳에 모아 임대료를 연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

또 재고 공동관리를 통해 4억원정도 (20일분) 의 재고를 1억원 (5일분) 으로 줄임으로써 연간 1억여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본사 입장에서는 대리점이 모여있기 때문에 연간 1천만원 정도의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었고, 정보공유가 쉬워져 직원들의 영업능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본사 영업사원도 한 곳에만 들러도 되는등 지원활동도 효율적으로 하게됨에 따라 4개 대리점의 월 총매출액이 7억원에서 8억원으로 늘어났다는 것.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 진출한 외국 유통업체의 가격파괴와 대형매장의 박리다매등으로 경쟁이 더욱 힘들어져 이런 방안을 강구했다" 면서 "광주의 대리점 공동운영시스템이 성공모델로 정착되면 대리점주들의 희망을 전제로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시킬 계획" 이라고 말했다.

유통단계 축소및 포장방법 개선등의 노력도 한층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제일제당은 11월에 출시한 기능성 화장품 '데이시스' 를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 직접 공급하고 있다.

기존 화장품 유통경로는 도매상과 전문점을 거침에 따라 25~30%의 중간마진을 지불해야 했지만 수퍼등에서의 마진은 10%정도에 불과하므로 상대적으로 소비자가 그만큼 싸게 살 수 있게 됐다는 것. 애경산업은 상품별로 포장 박스를 차별화해 포장만 보고도 쉽게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포장모듈화' 와 '파렛트 표준화' 를 실시해 운반작업등을 효율적으로 함으로써 운반물류비 및 보관비를 약 15% 절약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많은 업체들이 불황 극복을 위해 유통구조 개선및 물류비용 절감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면서 "이는 공급자.소비자에게 모두 이익이라 더욱 활성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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