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아 내게로 오라" 각당 후보 혼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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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가부도 직전의 상태에 따라 민심을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3당 대선후보들은 11일에도 그 민심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후보 = 이회창후보는 김대중후보에 대한 공격수위를 한층 높였다.

오전 안동.영주를 끝으로 3일간의 영남권 공략을 마치고 단양.충주.음성.증평.청주.대전 등 충청권에 진입한 李후보는 먼저 金후보의 국제통화기금 (IMF) 재협상 주장을 강력 비난했다.

李후보는 IMF가 국내 일각의 재협상 주장과 관련, 강력한 항의를 해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金후보가 잠깐 동안의 인기를 위해 허튼 소리를 하는 바람에 나라 신용이 말이 아니게 됐다" 고 공격했다.

李후보는 "주변국가들이 지금 '말을 뒤집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돈을 지원해줄 수 있겠느냐' 고 하고 있다" 며 "金후보 때문에 요즘 며칠 사이 갑자기 환율이 1천6백원에 이르고 나라경제가 도탄에 빠지게 됐는데 그런 지도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 고 외쳤다.

李후보는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는 개인적인 정략적 욕심으로 김대중씨와 손잡아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중대한 잘못을 했다" 며 "내각제도 한나라당이 응하지 않으면 결코 안되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김대중씨만 믿고 들어온 김종필씨는 갈 데가 없다" 고 힐난했다.

'충청도 자존심' 도 거론됐다.

그는 "과연 충청도의 자존심이 김대중씨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냐" 며 "우리나라를 신용없는 거짓말쟁이란 말까지 듣게 만든 썩어빠진 3金정치 행태를 벗어 던지자" 고 호소했다.

마침 김종필씨의 비서실장까지 지낸 이종근 (李鐘根) 전의원이 李후보와 전화통화를 갖고 "李후보의 당선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 고 다짐했다.

李후보는 이날 이인제 (李仁濟) 후보에 대해선 가는 곳마다 단 한가지 표현만 썼다.

"확실한 것은 이인제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망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인제후보의 현 행동은 김대중씨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는 것밖에 안된다" 는 것이었다.

여권의 몰표를 위한 전략이다.

안동·충주 = 김현기 기자

◇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후보 = 김대중후보는 오전 서울 조계사를 방문, 법당에서 예불한 뒤 송월주 (宋月珠) 총무원장과 환담했다.

당내 불교신도회장인 박상규 (朴尙奎) 부총재 등 10여명의 의원이 수행했다.

유달리 수행의원이 많은 것은 국민회의에 불교도가 많음을 과시하는 한편 한나라당이 '파계승탈 사건' 으로 곤혹을 겪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문화예산을 늘려 불교 문화재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 며 "팔만대장경 전산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출판, 국민들에게 보급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고 강조했다.

불교계에 대한 공약을 지키겠다는 다짐도 거듭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경제' 로 옮겨졌다.

월주스님은 "대선후보들이 IMF와의 재협상의사를 밝혀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 고 金후보의 '재협상발언' 을 겨냥했다.

이에 金후보는 "추가협상을 하겠다는 것" 이라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 말도 못하냐" 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정부의 실정을 강력 비난했다.

"금융구조조정 등 현안을 차일피일 미루다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고 톤을 높였다.

그는 이에 앞서 한국청년경제포럼 주최 벤처기업인 화상회의에 참석, 벤처기업 육성을 다짐하며 "경제정책 책임자들에게 감사원 감사와 청문회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 고 밝혔다.

한편 김종필공동선대회의의장과 박태준 (朴泰俊) 총재는 눈발속에 강원.경북지역을 누볐다.

신성은 기자

◇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후보 = 이인제후보는 충청.경기.서울 등 4개 시.도를 넘나들며 득표전을 벌였다.

李후보는 새벽 제천 우시장.농산물공판장을 찾아 상인과 시민들의 한 표를 부탁한 뒤 지구당원 간담회에서 "경제까지 무너졌는데 안보마저 구멍이 뚫리게 할 수는 없다" 며 "이회창후보는 훌륭한 분이지만 두 아들의 병역문제가 있는 한 대통령으로서는 자격이 없다" 고 주장했다.

그는 이회창후보 차남 수연 (秀淵) 씨의 신장측정에 대해 "키만 재고 체중측정은 생략한 채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가버린 것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 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음성군 한라중공업을 방문,점심식사 중인 직원들에게 "비록 금융대란으로 어려움에 처했지만 경영진과 근로자들이 애국심.애사심으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 달라" 고 당부했다.

李후보는 충주유세에서 "70만 국군 장병과 유권자의 50%를 차지하는 20.30대가 이인제를 지지하고 있다" 며 "여론조사에 나타나지 않는 이들의 지지를 포함하면 이미 지지율은 선두를 탈환했다" 고 주장했다.

음성 꽃동네를 거쳐 곧바로 청주로 달려온 그는 30%를 넘나들던 여론조사 지지율도 거론하며 "여러분의 첫사랑이던 이인제가 마지막 사랑이 되게 해달라" 고 호소했다.

이천 =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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