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최인선감독 항해술 기아호 띄웠다…상대 의표 찔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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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시즌 초반 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기아가 마침내 수면위로 떠올랐다.

기아는 지난 9일 수원경기에서 삼성을 1백13 - 94로 누르고 4연승, 7승5패로 공동3위에 올라 선두 현대와 2.5게임차가 됐다.

"기아가 계속 하위권에 머물지는 않을 것" 이라고 전문가들은 이미 예상했었지만 최근의 오름세는 가위 폭발적이다.

김영만.허재가 복귀한 기아의 외형전력은 시즌 초반에 비해 몰라보게 강력해졌지만 이달말께 부상중인 센터 조동기까지 돌아오게 되면 현대에 필적할만한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기아의 경기를 분석하면 '멤버 보강' 의 직접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최인선 감독의 용병술과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경기운영 등 전술적인 성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포 김영만은 장기인 3점슛 시도횟수가 최근 세경기에서 4개 미만이다.

오른손 부상으로 슛감각이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의 득점은 대부분 돌파에 이은 중간거리 슛과 속공에 가담해 얻은 레이업슛에 의한 것이다.

허재도 삼성전에서 20득점했지만 4개의 3점슛으로 12점을 빼냈고 야투성공률은 11%에 불과했다.

"무리하지 않겠다" 는 허재에게서 특유의 불같은 승부욕은 실종돼 있다.

최감독은 선수들의 심리상태와 팀내 사정을 냉정하게 꿰뚫고 있다.

허재의 역할이 커질수록 플레이가 위축되는 강동희를 의식, 허재의 역할을 보조가드.슈터로 한정했고 김영만을 상대 수비를 모으는 '미끼' 로 활용하고 있다.

기아는 여전히 클리프 리드 - 저스틴 피닉스 - 김유택으로 이어지는 포스트 라인을 중용하고 김영만을 속공때 러닝맨으로 전환, 허재의 대역을 맡기고 있다.

라이벌들은 기아의 이같은 전술변화를 아직 감지하지 못한 듯하다.

다른 팀들도 곧 기아의 변화를 알아채겠지만 그래도 상대하기는 쉽지않을 전망이다.

기아 주전선수들의 회복세가 워낙 빠른데다 심리적으로도 오름세에 있어서다.

이제 라이벌 팀들엔 기아의 연승을 빠른 시일내 저지하는 것이 발등의 불로 떠올랐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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