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준 역전투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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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야지!"

어디선가 고함이 터져나왔다. 1-2로 뒤진 6회말 무사 1루. 볼카운트 1-1에서 몸쪽에 바짝 붙는 공이 들어왔을 때 이승준(두산)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누군가 몸맞는공으로라도 출루해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른 고함이었다.

그러나 이승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한방'을 지닌 자신의 파워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방이 가져다주는 역전의 묘미를 곧바로 홈팬들에게 안겼다. 4구째 몸쪽 직구. 그는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렸고, 공은 빨랫줄처럼 왼쪽 담장을 넘어 사라졌다. 역전 홈런. 선두 두산이 30일 잠실에서 2위 현대를 3-2로 꺾어 다시 2승 차로 벌렸다.

이승준과 인생 역전. 그 시작은 1993년 동대문상고(현 청원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학년 외야수 이승준은 4번 타자였고, 1년 선배 심정수(현대)가 3번 타자였다. 심정수는 먼저 프로에 뛰어들었고 이승준은 1년 뒤 중앙대에 진학했다.

중앙대를 졸업한 99년 이승준은 강한 어깨를 인정받아 투수로 2차 지명 라운드에서 두산의 부름을 받았다. 5년 만에 다시 팀 동료가 된 심정수는 이미 정상급 타자였다. 그러나 안 하던 투수를 하다보니 어깨가 아팠다. 이승준은 투수를 포기하고 방망이를 잡았다. 타격감이 고교 때보다도 못했다. 그래서 상무에 입대했고, 제대 후 조금씩 타격감이 살아났다. 그 사이 심정수는 팀을 현대로 옮겼다.

또 5년이 흘러 팀 성적 1, 2위로 다시 만난 심정수와 이승준. 맞대결 3연전 1차전에서는 심정수의 위력을 앞세운 현대가 이겼지만 2차전에서는 역전 홈런을 터뜨린 이승준의 두산이 이겼다. 연봉 6억원의 최정상 슬러거를 향한 연봉 2500만원짜리 6년차 중고 신인의 역전 승부는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두산 선발 레스는 7이닝 동안 7안타.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돼 9승(2패)으로 다승 단독선두가 됐다.

대구경기에서는 삼성이 LG를 7-3으로 꺾었다. LG 투수 진필중은 25일 만에 1군으로 복귀한 이날 올 시즌 첫 선발로 등판했으나 3이닝 동안 7안타.5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으며 LG는 6연패에 빠졌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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