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한미군철수" 또 주장…4자 본회담 첫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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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다자간 평화협상의 긴 여정 (旅程) 이 9일 드디어 막을 올렸다.

한반도 정전협정 당사국과 서명국인 남북한.미국.중국 등 4개국은 이날 제네바 시내 유럽자유무역지대 (EFTA) 사무국에서 역사적인 4자회담 본회담을 열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한 각국의 기본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미.북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종래 입장을 되풀이함으로써 향후 협상의 난항을 예고했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시영 (李時榮) 주 (駐) 프랑스대사는 기조발언에서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당사자인 남과 북이 중심이 돼 정전체제를 새로운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이를 미국.중국이 실효성있는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며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남북 당사자 해결원칙을 천명했다.

李대사는 이어 "남북간 정치.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 조치에 관한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이를 위해 의제별 분과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의 김계관 (金桂寬.외교부 부부장) 수석대표는 "우리가 본회담을 수락한 것은 4자회담을 통해 조.미 관계개선과 남북대화의 동시 추구가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 이라고 강조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보장체제 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조.미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가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수석대표인 스탠리 로스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주한 미군은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군사적 침략을 억지하기 위해 있는 것" 이라고 반박하고 "4자회담의 성패는 한반도 긴장완화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선 남북기본합의서를 4자회담 구도에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견해를 피력했다.

탕자쉬안 (唐家璇.외교부 부부장) 중국 수석대표는 "남북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긴 평화협상 과정에서 중국은 건설적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다짐하고 "남북한 관계개선과 함께 북.미간 관계정상화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요체" 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서 4개국은 1차회담 의장국인 미국에 뒤이어 중국 - 한국 - 북한 - 미국 순으로 돌아가며 차기 본회담의 의장국을 맡기로 결정했다.

[제네바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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