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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익는 마을]12.송화 백일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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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사찰에도 스님이 건강을 위해 빚은 '곡차' , 즉 비주 (비酒)가 있었다.

전북완주군구이면계곡리. 모악산 (해발 7백94m) 자락에 위치한 마을이다.

쌀쌀한 날씨속에 한적한 도로를 지나 앙상한 나무가 무성한 이곳 술도가에 가면 은근한 주향이 나그네의 코를 스친다.

바로 송화 (松花) 백일주다.

"조선시대 인조때 진묵대사가 모악산 정상의 수왕사에서 만든 술로 주지스님들에 의해 대대로 전승돼온 술입니다. " 수왕사 주지스님인 벽암스님은 송화백일주가 산중의 고된 수행에 시달리는 스님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탄생한 술이라고 설명했다.

송화양조 대표이기도 한 벽암스님은 94년에 전통식품 제조명인으로 지정받았다.

5백여 가구가 사는 계곡리. 계곡리 주민들은 해마다 5월 송홧가루가 흩날릴 때 이것들을 모으느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이 송화가 술에 담겨져 최소 1백일 이상 소나무밑 땅속에서 발효된 다음 다시 증류과정을 거쳐 알콜도수 38도의 화끈한 약소주가 되는 것이다.

이곳 주민 강명복 (38) 씨는 송화가 여러가지 쓰임새가 있다고 말한다.

"옛 선조들은 봄이 되면 간장.고추장독을 열어놓았습니다.

송화가루를 넣기 위한 거죠. 부패도 막고 맛을 내자는 생활의 지혜였죠. " 계곡리는 수왕사.대원사 등 사찰이 번창했을 무렵엔 사찰안에 자리를 잡지 못한 스님들의 임시처소 역할을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3백여명의 스님들이 이 마을에 머물러 항상 낭랑한 독경과 심신을 맑게 하는 목탁소리가 함께 하던 불토였다는 것. 계곡리 주민들은 송화백일주를 담글 때 모악산 정상의 돌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석간수를 써야 제맛이 난다고 말한다.

이는 수원 (水源) 과 근접해 맑은 물을 얻을 수 있고 8백m의 고지를 오르는 정성이 깃들기 때문이라는 것. 벽암스님은 "아직도 송화백일주 밑술을 만들 때는 모악산의 석간수를 사용한다" 며 "덧술 등에 쓰이는 물은 계곡리에서 취수하는 지하암반수" 라고 말했다.

겨울철을 맞아 제법 쌀쌀함을 선사하는 모악산. 모악산을 내려와 송화백일주를 한모금 머금으면 내년 봄에 흩날릴 송화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송화백일주란>

▶특징 = 색깔이 투명하며 은은한 솔향이 입안에 감돈다.

알콜도수가 38도이므로 급히 마시지 말고 포도주처럼 한모금 머금고 천천히 음미하는 게 좋다.

▶재료.효능 = 찹쌀.송화.당귀.산수유.구기자 등이 들어가며 1백일이상 발효시킨 뒤 증류장치를 사용해 송화백일주를 얻는다.

숙취가 없고 신경통 등에 효험이 있는 술로 알려져 있다.

▶가격.문의 = 1만6천원 (3백㎖)~4만원 (7백㎖) .송화양조 (0652 - 221 - 7047) 와 서울 유통체인 (02 - 723 - 3570)에서 판매한다.

송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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