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한국경제 전망…민간경제연구소, 구조조정 안되면 마이너스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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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3년동안 국제통화기금 (IMF) 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게 된 우리 경제는 언제나 정상화될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빠르면 2년 내지 3년 정도면 6%대의 성장률을 회복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각 분야에서 펼쳐질 구조조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될 경우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해 정상화는 의외로 멀어질 수도 있다.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4일 '1년간 구조조정을 철저히 하면' 99년부터는 경제가 정상화된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또 IMF지원을 감안해 최근 새로 내놓은 내년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에는 '저성장 고실업' 경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함께 당장 내년 상반기에 본격화될 금융기관 구조조정 여파로 자금시장이 단기적으로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조기정상화 가능할까 =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정순원 (鄭淳元) 상무는 "2년반~3년 정도면 경제가 정상화 될것" 으로 전망했다.

鄭상무는 "내년중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99년부터는 실물경제가 적응하게 되고, 2000년이 되면 개선효과가 나타날 것" 이라고 말했다.

대우경제연구소의 신후식 (申厚植) 연구위원은 "내년에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뒤 조금씩 나아지겠지만 성장률이 6%대로 올라서기까지는 3년이상 걸릴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각종 제도개혁과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에 해당되며, 한계기업의 도산이 계속되면 경제가 되살아나는 시점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LG경제연구원은 보다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연구원의 김주형 (金柱亨) 이사는 "상황이 더이상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경우 99년에는 성장률 6~7%로 복귀하고, 상황이 나쁠 경우 이보다 1년정도 더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미국의 금융 지배력 강화및 일본 제품의 상륙등으로 IMF자금을 지원받는 3년이 지나도 경제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일부 있다.

◇ 자금난 심화 = 내년 상반기에는 금융기관의 통폐합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 기업의 추가부도, 대출의 급격한 감소등이 예상돼 자금난이 지금보다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게 일반적 전망이다.

대우경제연구소는 "부실 금융기관 처리를 강행할 경우 기업의 자금가수요등과 겹쳐 자금시장에 극심한 충격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대우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급등 현상이 불가피하고, 금융기관 정리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는 하반기부터 점차 하향안정이 기대된다" 고 말했다.

한화경제연구원도 "부실금융기관 정리과정에서 사상최악의 자금난이 발생할 것" 으로 우려했다.

LG연구원은 "당분간 금융기관 부실과 기업 연쇄부도가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전개돼 시중금리가 내년 1/4분기까지 20%안팎에 머물다가 2/4분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IMF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국가들이 예외없이 초기에 금리폭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며 "우리나라도 98년중 최악의 자금경색으로 시중금리가 17%선으로 급등할것" 이라고 말했다.

◇ 내년 경제 어떻게 되나 = 대부분 연구소들은 내년 우리 경제는 정부와 IMF간의 합의내용 (성장3%, 물가5%등) 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있다.

우선 성장률은 한화가 2.0%로 예상한 것을 비롯해 삼성 2.7%등 모두 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가 넘을 가능성이 높고, 실업률은 대개 5%를 전망해 실업자수가 1백1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설비투자 감소폭에 대해서는 연구소마다 차이가 커 LG가 올해보다 28.4%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반면 현대는 6%정도 줄어드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자금시장이 최악의 상태로 경색돼 기업의 투자자금 조달이 극히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일단 IMF프로그램이 국민적 합의로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를 가정해 전망치를 내놓았으나,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IMF프로그램이 중단되고 금융.외환위기가 재연될 경우 ▶성장률 - 1.3% ▶설비투자 - 20% ▶경상수지적자 90억달러 ▶소비자물가 6.8%상승등으로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금융기관.기업 연쇄부도가 이어지고 소비심리가 극히 위축되고 엔화가 달러당 1백38엔까지 절하되는등 비관적인 상태가 이어질 경우 내년성장률은 - 2.9%에 이르고 설비투자는 무려 38.3%가 줄어들고 민간소비는 4. 5%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LG연구원의 김주형 이사는 "연쇄도산사태가 멈추고 엔화가 달러당 1백14엔으로 절상될 경우 성장률이 4.7%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유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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