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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김남주 여우같은 내조란 이런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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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김남주가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컴백했다. 그동안 ‘아내’와 ‘엄마’라는 타이틀이 자신을 더욱 완벽한 여자로 거듭나게 했다는데…. 결혼 후 육아와 살림에만 전념했던 배우 김남주의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

“남편 목욕할 때 등 밀어주는 것 빼고 어떤 내조든 다 할 수 있어요.”

“아이를 둘이나 키우다 보니 몸뻬 바지가 제일 편하더라고요(호호).”

아이 자랑부터 저녁 식탁에 올릴 반찬 얘기까지 술술 늘어놓는 걸 보니 결혼 후 5년 동안 그녀의 일상이 어땠을지 그림이 그려진다. 새침한 깍쟁이 이미지가 강했던 그녀가 수다스러워진 것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하루 24시간 중 운동하는 1시간 30분을 제외하고는 아이들과 남편한테 올인하며 살았어요. 제 삶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내조의 여왕’ 대본을 받게 됐죠. 신기하게도 읽다 보니까 딱 제 얘기인 거 있죠?”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백수 남편 달수(오지호)를 성공시키기 위해 아내 천지애(김남주)가 발 벗고 나서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내조 잘하기로 유명한 그녀는 천지애의 말과 행동이 마치 생활의 일부 같단다.

“연기를 하고 싶기는 한데, 8년 동안 드라마 연기를 안 해서 감을 잃었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걸 잘 아는 남편이 이 작품을 강력 추천하더라고요. 사극처럼 어려운 장르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편안하게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요. 남편이 대본을 주면서 ‘천지애가 당신이랑 똑같다’고 하던걸요(하하).”

아내이자 엄마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오랜 연기 공백은 아쉬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영화 ‘그놈 목소리’(2007)에 출연하긴 했지만, 드라마는 ‘그 여자네 집’(2001)이후로 8년 만이니 걱정이 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완벽하게 아줌마 연기자로 거듭났다. CF의 여왕, 이지적인 캐릭터의 대명사… 등 그동안의 이미지를 버리고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분해 친근하고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 연기자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그녀의 원천은 아내와 엄마로 살았던 지난 5년이라는 시간이 아닐까. 그녀는 “맞아요. 아줌마가 되니 인생과 연기가 달리 보여요”라며 맞장구를 쳤다.

내 남편이 실제로 무능하다면?

지난 2005년 배우 김남주와 김승우의 결혼 소식은 말 그대로 빅뉴스였다. 이혼의 쓴 경험이 있는 김승우의 재혼인데다, 김남주의 뱃속에는 이미 2세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기 때문. 두 사람은 시상식에서 처음 만나 1년 연애 기간 동안 360일을 만나면서 서로를 신중하게 알아갔다.

“첫눈에 반해서 순간적으로 결혼을 결심한 건 아니었어요. 함께 있으면 부족한 제가 완성이 되어가는 기분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어떠냐고요? 당연히 연애할 때보다 더 좋죠. 이제 우리 아이의 아빠이고, 가장이고, 둘도 없는 저의 소울 메이트인걸요.”

그녀는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승우씨가 아니면 결혼도 못했을 거다. 예쁜 아기 낳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남편의 존재 자체에 감사하는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무한한 애정이 느껴졌다.

“내조란 남편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극 중에서 달수는 무기력한 남편이라서 아내인 천지애가 억척스럽게 일으켜 세워줘야 하지만, 오빠는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편안하게 해주는 게 제일 좋은 내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극 중 상황처럼 남편이 사회성이 떨어지고 무능하다면 천지애처럼 적극적으로 내조할 거예요.”

그녀의 야무진 내조 마인드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남편 김승우는 유머러스하고 화통한 성격으로 현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지만 의외로 집에서는 말수가 적다. 그런 남편의 카리스마에 눌려 그녀는 컵도 두 손으로 받쳐서 주고, 말도 공손히 한다는 것.

“가끔 저녁에 전화해서 ‘10명만 데리고 가도 돼?’ 하면 무조건 OK를 해줘요. 푸짐하게 술상을 차려놓으면 남편 어깨가 으쓱하는데, 그게 즐겁더라고요. 그렇게 손님 치르고 나면 하나같이 사람들이 남편한테 ‘아내한테 잘하라’고 해요. 그땐 저도 어깨가 좀 으쓱하던 걸요.”

아내가 남편을 하늘처럼 떠받드는데 부부 싸움을 할 리 만무하다. 더구나 애교가 철철 넘치는 여우 같은 아내 덕분에 지금도 신혼 기분을 만끽하며 살고 있단다. 김승우의 외조 역시 육아와 살림을 직접 도맡아 하면서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속 깊은 아내를 위해 ‘내조의 여왕’에 카메오로 출연한 것. 극 중 김남주의 남편 오지호가 자살 소동을 벌이는 한강 다리에서 자살을 만류하는 경찰관 역을 맡았다.

“남편과 한 번도 같이 촬영해 본 적이 없어요. 남편이 주연이라야 하는데 단역이라서…(웃음). 촬영이 끝나고 남편이 스태프들에게 닭갈비를 쐈는데, 다들 ‘외조의 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여우 같은 편이라, 남편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다가도 필요한 것은 받아내는 편이거든요. 근데 남편은 항상 모든 것을 맞춰주고 배려해 주는 편이에요.”

요즘 김승우는 집에서 아내의 얼굴을 볼 때마다 ‘한숨 자라’고 한다. 둘째 아들 찬희를 출산한 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8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아내를 위해 열혈 외조를 하고 있는 것.

“남편도 힘들 텐데 세심하게 챙겨줘서 고마워요. 아이가 둘 있지만 여전히 신혼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어요. 가끔 둘이 일찍 들어가는 날에는 일단 아이들을 재워요. 라희(큰딸)가 일단 밤 9시면 자니까…(웃음). 같이 와인 마시면서 촬영장에서 있었던 얘기와 아이들 커가는 얘기도 많이 하고 그래요.”

와인을 마시고, 동네 산책을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시간이 흐를수록 부부가 교감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단다.

결혼 4년이 가져다 준 변화들

김남주는 여전히 남편과의 닭살스런 애정을 과시하면서도 “남편 내조보다 육아에 더 극성스러운 편”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아이들 먹는 거, 입는 옷, 유치원 결정하는 것까지 극성을 떨다 보니 오히려 남편이 자기에게도 관심을 달라고 할 정도예요. 특히 라희에게는 태어나자마자 양말을 신기고 원피스를 입혔어요. 아마 라희는 좀 피곤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착하게도 잘 참아줘서 고마워요. 그래서 둘째 아이는 편하게 키우고 있어요. 누나 입던 거 그냥 입고, 이제 양말도 남녀 공용으로 사거든요.”

어느새 베테랑 엄마가 다 되어 있는 그녀는 라희와 찬희를 낳고 4년 동안 여느 동네 아줌마처럼 편하게 지냈다. 열혈 엄마답게 육아를 위해서 하이힐과 화려한 의상 대신 엉덩이를 덮는 편안한 티셔츠에 레깅스를 입고, 단화로 무장했다. 몸빼 바지를 입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차림새로 유모차를 끌고 나가면 주위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둘째를 낳고서는 살이 좀처럼 빠지지 않아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찬희를 낳고 살이 안 빠져서 전에 입었던 옷이 안 맞더라고요. 그렇다고 살찐 몸에 맞춰 새옷을 사기는 싫어서 실제로 2년 동안 옷을 안 샀어요. ‘그래도 여배우인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기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후에 한 달 동안 밥을 굶으면서 혹독한 다이어트를 했어요.”

사실 그녀는 늘어난 체중이나 컴백의 두려움보다 아이들 걱정이 앞섰다.

“먼 훗날 아이들이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더 좋아할지, 아니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곁에 있어주는 엄마를 좋아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같이 출연하는 나영희 선배한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전자가 저의 발전에도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더라고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어느새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이들과 떨어져서는 못 산다는 그녀는 “벌써 사흘째 아이들 얼굴을 못 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엄마 어디 가?’ 하고 묻는 딸을 등지고 현관문을 나오자마자 눈물을 훔치는 마음 약한 엄마란다. 아이에 대한 애정이 유독 깊은 그녀는 한때 아이에 대한 악성 루머 때문에 마음고생도 적잖이 했다.

“‘아이가 흑인이다’ ‘첫딸이 친아이가 아니다’라는 루머가 있었어요. 라희가 머리숱이 없는 편이어서 한여름에 모자를 씌우고 다녔는데, ‘김승우를 안 닮아서 가리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났더라고요. 그런 소문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둘째를 낳고 나니 악성 루머가 많이 가라앉았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셋째, 넷째까지 나을 생각이었거든요.”

그녀는 그간의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결혼한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여전히 당당하고 거침없는 김남주. 스스로 “이제 아줌마가 다 됐다”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오히려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외조 잘하는 남편, 착하고 밝은 두 아이 덕분에 그녀는 치열하면서도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고 있다.

취재_민은실 기자 사진_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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