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해외한인]中.돌아오는 유학생(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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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뉴욕 주립대 스토니브룩 (SUNY) 의 유학생 金모 (24.사회학) 군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지난달말부터 한 식구가 더 늘어났다.

맨해튼 도심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인 퀸스에 있는 金군의 반지하 원룸 아파트의 월세는 3백75달러. 그동안 학교 친구 1명과 함께 방을 나눠 써왔으나 비용을 더 줄이기 위해 룸메이트 1명을 추가한 것이다.

"방세 부담축소 외에 식비.관리비 절감등을 다 합치면 최소한 월 1백20달러는 더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활비 내역을 꼼꼼히 따져보던 김군이 내린 결론이다.

한국 경제의 '찬바람' 은 유학생들에게도 한파 (寒波) 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유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학위도, 선거도 아닙니다. 오로지 환율입니다."(朴모군. 26. 컬럼비아대) 경제난과 달러화 상승이 유학생들에게 미치는 '생존권' 위협은 심각하다.

金군이 부모로부터 받아온 생활비는 월 1천달러였으나 달러화 앙등으로 지난달부터는 송금액이 7백달러로 줄었다.

사정은 프랑스쪽도 마찬가지다.

몇주전만 해도 1프랑에 1백40~1백50원이었으나 최근 2백원 이상으로 올라 실질 송금액은 30% 이상 줄었다. 독일 역시 비슷한 실정이어서 한달전까지만 해도 마르크당 5백50원 하던 것이 지금은 6백60원대를 넘어섰다.

영국 또한 두달전만 해도 파운드당 1천4백원이었으나 지금은 2천원이다.

"생활비도 그렇지만 학비로 연간 1만파운드를 낼 생각을 하면 정말 아찔하다.

방세와 식비 외에는 거의 모든 지출을 끊었다" 는 이수희 (27.런던 브루넬대 전기전자학부) 군의 말은 유학생 대다수가 지금 어떤 상황을 맞고 있는지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로부터의 지원이 급감하자 유학생들은 여러 형태의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편이다.

일본 도쿄 (東京)에서 발행되는 교포 생활정보지인 '아리랑' 에는 "과외를 받을 학생을 찾는다" 는 유학생들의 구직광고가 폭주하고 있다.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프랑스는 사정이 더욱 빡빡하다.

외국학생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다는 이들 나라에 한국 유학생들의 주요 아르바이트 자리는 관광안내였으나 그나마 한국인 방문객수가 급감하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찬바람' 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같자 중도포기하는 유학생들도 차츰 늘고 있다.

뉴저지에 있는 프리드릭 딘킨스대 부설어학원은 뉴욕 지역에 온 한국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중 하나. 평균 1백50여명의 등록학생 가운데 70% 가량이 한국 학생인데 지난 10월 이후 한국 학생이 20% 가량 줄었다.

호주 시드니의 시드니공대 부설어학원과 시드니 영어센터의 경우도 전체 등록학생중 한국 학생 비율이 보통 40%였으나 경제난 이후 한달여새에 15%선으로, 유니버설 칼리지 부설어학원도 한국 학생수가 40% 가량 격감했다는 설명이다.

로스앤젤레스의 유학알선업체들은 "앞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줄지어 나타날지도 모른다" 고 우려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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