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기 지역도 분양가 속속 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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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분양 아파트 중심의 분양가 낮추기 바람이 서울·수도권 인기지역 신규 분양 아파트로 확산되고 있다. 수요자들의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분양에 자신감을 잃은 건설업체들이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인 ‘가격 낮추기’에 나서는 것이다.

인천 경제자유구역 등 수도권 인기 지역은 물론 서울 재개발 구역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강하다. 특히 업체들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마저 값을 내리고 있다.

분양가 인하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인천 청라와 송도경제자유구역. 청라에서는 올해 상한제가 적용된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 1만여 가구가 쏟아진다. 지난해와 올해 초 상한제로 분양된 아파트는 3.3㎡당 1100만원대로 2007년 상한제 이전에 나온 GS건설·중흥건설 단지(3.3㎡당 평균 1300만원)보다 200만원 정도 싸다. 그러나 올해 분양할 업체들은 3.3㎡당 1100만원대도 비싸다고 보고 1000만원대로 낮출 계획이다.

이달 말 992가구를 분양하는 한라건설의 박종철 팀장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원가 수준이지만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비싸게 여겨지므로 분양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3.3㎡당 1100만원대에 나온 인천도시개발공사 단지는 대거 미분양됐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인천 송도 국제업무단지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 1900여 가구를 앞서 나온 단지보다 3.3㎡당 200만원 정도 싼 1200만원대에 분양키로 했다. 연초 선보인 더샾퍼스트월드 잔여 물량(74가구)과 이달 말 분양할 더샾하버뷰Ⅱ(548가구)의 분양가를 2005년 수준인 3.3㎡당 평균 1200만원대에 책정했다. 2005년 이후 나온 단지들은 3.3㎡당 평균 1400만원 정도였다. 내리는 분양가는 국제업무단지 주변의 기존 아파트 매매가(3.3㎡당 1400만~1500만원 호가)보다도 싸다. 포스코건설 건축사업본부 노형기 부장은 “분양가를 낮춰 수요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건설업체들도 예정 분양가보다 더 낮추고 있다. 우미건설은 다음 달 1058가구를 내놓으면서 3.3㎡당 평균 1070만원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춘석 홍보팀장은 “중대형의 경우 지난해 상한제로 나온 아파트와 같은 수준의 분양가로 내놓을 것”이라며 “건축비·금융비 부담으로 110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시장 침체를 감안해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인근 신규 단지보다 3.3㎡당 300만원 정도 싸게 분양한 서울 용산 효창파크푸르지오(효창3구역 재개발)가 분양에 성공하면서 서울 재개발구역에서도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성동구 왕십리2구역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최근 조합에 일반 분양분 가격 인하를 건의했다. 동부건설도 자사가 시공을 맡은 동작구 흑석동 흑석5구역 조합에 분양가 인하를 제안했다.

황정일·권이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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