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100여가지 이용한 총체적 풍물놀이 공연…10일 국립국악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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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우리 주변의 전통적 생활용품 1백여종을 타악기로 이용한 총체적 풍물놀이가 오는 10일 오후7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인다.

최종실 (崔鍾實.43) 한민족예술단장의 풍물놀이 데뷔 40년 기념공연의 첫째마당 '사계절' 이 그것이다.

"턱 - 턱 - 터터터 터턱" "땅 - 땅 - 따따땅 꿍땅" '사계절' 의 제1부 '봄' 이 시작되는 소리다.

우물가의 아낙들은 쪽박과 물동이를, 남정네들은 양철물통을, 처녀들은 나물캐던 호미를 두드린다.

이 소리들이 어울려 "덩 - 덩더쿵덕" "덩 - 기당닥 쿠궁따구 궁따" 하는 세마치와 동살풀이 장단을 이룬다.

노래와 춤이 무르익는 가운데 "퉁 타닥 틱틱 후루룩 퍽퍽" 소리가 점차 모이면서 하나의 협주가 된다.

'여름' 에선 빨래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 목수의 톱질과 못박는 소리, 대장간의 망치질, 엿장수 가위의 채칵채칵 소리가 어우러진다.

'가을' 은 탈곡의 도리깨질과 떡치고 절구질하고 윳놀이하는 소리로 점철되며 '겨울' 에선 막대기로 옹기를 두드리며 "어어 어어 어어어 어어" 하는 구음을 이야기하듯 주고받는다.

바람소리는 호스를 휘둘러서 내는 "휘익 휘익" 에다 전통관악기 '훈' 을 부는 "부우우 - - " 로 나타난다.

옹기의 합주장단은 한껏 고조됐다가 고즈녁한 겨울밤의 분위기로 잦아든다.

"툭 - 툭 - 투구둑 툭 - " 하는 옹기 소리와 함께 40분에 걸친 '4계절' 공연은 끝난다.

풀피리, 맷돌, 지게목발, 키, 탈곡기, 도마와 칼,빨래판등 1백여종의 생활용품이 동원된 '사계절' 은 소음에 가까운 소리의 모임이 점차 조화를 이뤄나가는 과정이 감탄을 느끼게 한다.

기획자이자 주역인 崔씨는 "조상들은 일과 리듬, 놀이를 항상 함께 해왔으며 풍물도 그 연장선 위에서 발전된 것" 이라며 " '사계절' 은 일하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었던 우리의 옛모습을 무대화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념공연은 둘째마당의 장구대합주, 사물놀이, 메구소리 (타악기협주곡) , 풍물판굿, 사물놀이 주제곡 합창으로 이어진다.

崔씨는 삼천포 농악단장이던 부친을 따라 4살에 풍물 (농악악기) 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난 65년에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1등상을 수상했고 78년에 김덕수씨와 함께 국내 최초의 사물놀이 연주단을 창단했던 그는 세계풍물놀이연합회장, 최종실풍물연구원장등의 직함도 갖고 있다.

'사계절' 은 풍물놀이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36세의 늦깎이로 중앙대 한국음악과 (작곡전공) 를 졸업한 崔씨의 야심작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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