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논술형 본고사 불가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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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1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8학년부터 서울대가 정시모집 때 논술형 본고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수능은 지원 자격으로만 활용하고 내신은 현행 40%를 반영키로 함에 따라 논술.면접이 60%를 차지하게 된다. 다른 대학도 서울대 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앞으로 대입에서 논술.면접.구술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논술 등의 비중 확대는 지난해 10월 새 대입제도가 확정되면서 예상된 것이다. 수능은 9등급으로 분류돼 1등급이 무려 2만4000명이나 된다. 변별력이 떨어져 대학들이 아무리 기발한 수능 활용 방법을 개발해도 학생 간 성적 차이를 측정할 수 없다. 현재 전체 대학 정원의 48.3%를 선발하는 수시모집 대상은 내신 우수자, 문학 등 특기자, 지역 균형전형 등이다. 대학은 나머지를 수능 성적 위주로 뽑았으나 수능등급제로 인해 이것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교육부는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를 금지하고 있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을 배출한 고교는 전국 2095개 교 가운데 823곳에 불과하다. 이처럼 뚜렷한 학교 간.지역 간 학력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고교의 내신 1등급을 동일하게 취급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입시에 관한 한 대학의 손발을 묶어두는 것이다. 새 제도대로라면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의 내신 하위 등급 학생은 상위권 대학 진학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논술형 본고사는 보다 뛰어난 학생을 선택하고 변별력 확보를 위한 대학의 자구책인 셈이다.

전체 내신은 나쁘지만 특정 과목의 성적이 남보다 탁월한 일반계 고교생이나 특목고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길을 터놓아야 한다. 대입에서도 패자부활전이 필요하다. 새 대입에 따른 대학별 전형방법은 10월까지 확정된다. 서울대의 논술시험 강화는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이다. 교육부가 3불 정책을 내세워 본고사 형태의 논술은 안 된다며 제재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학이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자율적으로 입시안을 마련하도록 허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