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연-, 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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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아지랑이가 화답하는 봄이다. “나무들이 하늘 향해 두 팔을 벌렸다. 푸른 함박눈이 쏟아졌다.” 동심으로 바라본 봄 풍경은 색다르다. 빛(色)을 생각하며 그린 봄과 관련된 말, ‘연-’과 ‘짙-’의 의미도 새롭다. ‘연’과 ‘짙’은 둘 다 홀로 있을 땐 별로 뜻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다른 단어와 어울리면 의미가 커진다.

‘연(軟)-’은 ‘연분홍, 연보라, 연푸르다, 연노랗다’에서 보는 것처럼 빛깔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나 형용사 앞에 붙어 ‘옅다, 엷다’ 또는 ‘연하게’의 뜻을 더한다. ‘부드럽다’(연착륙)나 ‘무르다’(연두부)의 뜻으로 쓰일 때도 있다.

시간이 가면 태양의 파장에 따라 ‘부드럽고 옅었던 것’이 진하고 강해진다. ‘짙푸른 바다, 짙붉은 마음’에 잘 나타난다. ‘연-’과 달리 ‘짙-’은 접두사로 등재돼 있지 않은 단어지만 태도(명도)를 분명히 한다.

주의할 점이 있다. ‘짙-’을 ‘짓-’과 혼동해 표기해선 안 된다. ‘짓-’은 ‘마구, 함부로, 몹시’(짓이기다, 짓밟다, 짓누르다)나 ‘심한’(짓망신, 짓고생)의 뜻을 강조할 때 쓰는 접두어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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