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영일기]박병재 현재자동차 대표이사…경영자의 생명은 실천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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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10월말 도쿄 모터쇼에 참석한 나는 몇몇 외국 선진메이커의 경영자들과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졌는데 그 주제는 주로 기업의 리스트럭처링, 즉 구조개편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몇년동안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경쟁력 구축을 위한 혁신을 단행했고 지금도 여러 회사들이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는데 목표의 90%이상 달성하여 효과를 보고있는 회사가 있는가하면 아직도 성공여부가 미지수인 회사도 있었다.

이들 경영자들은 리스트럭처링의 실천과정에서 야기되는 각종 어려움과 체험적인 고통을 공통적으로 털어놨다.

리스트럭처링의 개념은 한마디로 비효율의 제거이다.

기업경영에 있어 잘못된 방향을 바로 잡고 개선하여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하는 것인데 문제는 무엇을 바꾸고 개선해야겠다는 목표보다 그 실천여부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도쿄 모터쇼에서 만난 여러 경영자들의 공통적인 의견도 구조개편의 어려움은 비전이나 목표수립이 아닌 진정한 실천의 과정에 있다는 것이었다.

중요한건 경영자의 실천마인드이며 궁극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은 말이나 목표가 아니라 이를 실천에 옮길수있는 용기와 의지라는 결론이었다.

실천하지 못할 비전이나 목표를 남발하는 경영자라면 이제껏 우리 국민에게 장미빛 공약만 남발하고 불신만 안겨주었던 일부 정치인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실천은 구체적인 과정이다.

일단 방법이 제시되고나면 이를 직접 확인하는 경영과 경영자가 필요한데 최근의 경영자상 (像) 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보인다.

경영자는 변화하고자하는 조직 구성원들과 늘 함께 할수 있어야 하며 그들과 더불어 새로운 문화와 의식을 창출할수 있는 설득력을 가져야한다.

참된 리스트럭처링은 구성원 전체의 공감과 참여를 절실히 요구하는 법이고 이같은 공감대의 형성이 단순한 명령만으로 이루어질수는 없는 법. 따라서 진정한 리스트럭처링의 요체는 바로 경영자의 실천의지와 솔선수범에 있는 것이다.

얼마전 우리 회사에서도 전체 임원진중 30%를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창업후 최대규모인 이 개편은 직접 경험하지못한 사람은 상상조차 할수없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당사자들을 면담하면서 나는 뼈를 깎는 아픔을 경험했으며 상당한 인내와 용기를 필요로 했다.

길고도 긴 불황의 터널, 아직 그 끝이 보이지않는 이 계절 특히 인사철은 모든 경영자들에게 지독히도 잔인한 시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변화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아닌, 그 목표를 실천에 옮기는 용기가 필요한게 아닐까. 불황과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경영자, 그에게는 '실천' 이라는 값진 가치가 늘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박병재<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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