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라크 깜짝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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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럽 순방을 끝내고 귀국 길에 올랐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이라크를 전격 방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당초 발표된 유럽 순방 일정에는 이라크 방문 계획이 없었다.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과 장병들을 만나는 한편 전화로 이라크 정치 지도자들과 얘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기상 조건이 안 좋아 헬기를 띄울 수 없어 전화 회담 방식을 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환담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7일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레이 오디어노 미군 사령관의 안내를 받고 있다. [바그다드 AP=연합뉴스]


◆이라크 방문과 철군 일정=오바마의 이라크 방문은 철군을 앞둔 미군을 격려하고 철군 일정을 공식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일부 지원병력을 제외하곤 내년 8월 대부분 철수시키겠다고 2월 발표했다. 그러나 전투병력이 아닌 3만5000~5만 명의 지원병력은 2011년 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지원병력은 이라크 군 훈련 등을 위한 임무를 계속 수행할 방침이다. 오바마는 대선 후보 시절 취임 후 16개월 내에 전투병력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내년 8월은 이보다 3개월 늦춰진 시점이다. 현재 이라크에는 약 14만2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올해 발효된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모든 미군이 2011년 말까지 철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슬람과 전쟁 않겠다=오바마는 6일 이슬람 국가인 터키를 방문해 의회 연설을 하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많은 지역에서 (미국 측과) 긴장이 있다는 걸 알지만,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 중에 있지 않고 앞으로도 전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무슬림 아메리칸에 의해 더욱 부유해졌다”며 “많은 미국인 가족의 구성원 중엔 무슬림이 있고, 무슬림이 다수인 나라에도 많은 미국인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런 부류에 속하기 때문에 잘 안다”고 했다. 오바마의 아버지, 할아버지는 케냐인으로 무슬림이었다. 오바마 역시 어린 시절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 4년을 살았다. 오바마는 “무슬림의 세계는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리스트 집단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우리는 상호 이익과 존경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협력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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